인터넷은행들이 소상공인 대출 상품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공급 범위도 확대하며 ‘소상공인 도우미’로 자리 잡고 있다. 올 3분기 말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4조 269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3%(9670억 원) 늘었다. 내년 내수 경기 전망도 밝지 않아 인터넷은행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각 은행의 개인사업자 서비스 리더들을 만나 소상공인 지원 특징을 살펴보고 내년 계획에 대해 들어본다.
“개인사업자는 여전히 금융시장의 소외 계층입니다. 일정하지 않은 매출 탓에 기존 금융기관에서의 대출이 쉽지 않습니다. 카카오뱅크(323410)는 업종별로 특화된 신용평가 모형을 적용해 대출 가능한 개인사업자 대상을 넓히고 절차를 간소화해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병수(사진) 카카오뱅크 개인사업자 서비스오너(SO)는 29일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개인사업자들에 대한 단순 대출 확대가 아니라 은행에 대한 ‘경험’ 자체를 혁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에는 개인사업자 전용 세금 납부 통장 등 생활밀착형 ‘전용’ 서비스를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자영업자 토털 뱅킹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은행 3사 중 개인사업자 시장 1위에 올라 있다. 2022년 11월 개인사업자 뱅킹을 출시한 후 2년 만에 사업자 고객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 올 3분기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1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올 1~11월 개인사업자 대상 누적 대출 공급액은 2조 5000억 원가량으로 매달 2000억 원 이상을 대출한 셈이다.
올 4월 금융권 최초로 ‘사업자 인증서’와 ‘정책자금 대출 비교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개인사업자 편의 서비스를 확대해온 결과다. 특히 사업자 인증서 발급은 사업자등록증·신청서 등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비대면으로 사업자 인증서를 신청하고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해 큰 호응을 받았다. 매년 인증서 발급을 위해 사업자가 부담했던 최대 11만 원의 발급 수수료(범용 인증서 기준)도 없앴다. 이 SO는 “앱에 사장님들을 위한 별도의 전용 화면을 구축하고 실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전했다.
카카오뱅크는 내년에는 ‘전용 서비스’ 확대에 힘을 줄 계획이다. 새해에 선보일 첫 작품은 ‘부가세 박스’ 상품. 개인사업자가 그동안 납부했던 부가세 데이터를 기반으로 향후 내야 할 부가세 규모를 예측한 후 계획적으로 돈을 모아 세금 납부 부담을 덜어주는 상품이다. 이 SO는 “자영업 고객들은 현금이 없어 세금을 내야 할 때도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매달 매출의 일부분이라도 모아 세금 납부용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금리 입출금 통장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대출도 확대한다. 보증서 대출 시 실사 과정을 비대면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 SO는 “내년 초에 신용보증재단의 실사를 비대면화하는 ‘비대면 실사 프로세스’를 앱에 구축할 예정”이라며 “실제 영업하고 있는 사진을 찍고 위치정보시스템(GPS)으로 사업장과 관련된 다양한 부분을 확인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개인사업자 대상 1억 원 이상 신용·담보 대출 확대, e커머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특화 대출 모델도 내년에 도입한다. 이 SO는 “자영업을 세분화해 전문 직종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대출 금액을 상향할 것”이라며 “현재 요식업·서비스업·특수고용자 등 3개로 분류된 업종별 특화 신용평가 모형도 고도화해 자금 공급을 늘리면서도 리스크 관리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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