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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게으른 포트폴리오(Lazy Portfolio)

■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 전무

박희운 한국투자신탁운용 솔루션본부 전무




최근 한 지인이 투자 문외한이나 게으른 투자자에게 어울리는 투자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자 필자를 찾아왔다. 사실 미국에서는 꽤 오랜 기간 ‘게으른 포트폴리오(Lazy Portfolio)’ 전략이 주목받아 왔다. 게으른 포트폴리오는 말 그대로 ‘게으른’ 투자 전략으로, 매일 시황을 관찰하거나 개별 종목의 변동성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 없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산 투자를 통해 시장 평균 수익률을 추구한다. 바쁜 현대인들 입장에서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한으로 들이면서도 장기 투자 성과 달성을 도와주는 매력적인 대안인 셈이다.

게으른 포트폴리오의 개념은 ‘패시브 인덱스 펀드’의 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존 보글이 1970년대 후반 설립한 뱅가드 그룹은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를 출시했다. 시장을 예측하거나 개별 주식을 선택하는 대신 전체 시장을 소유하는 ‘분산 투자', 투자 수수료를 낮춰 장기 투자 시 수익률을 높이는 ‘저비용 투자’ 등 존 보글의 투자 원칙을 담은 상품이었다. 투자 수수료를 낮추고 장기적인 투자 성과를 달성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담은 패시브 투자의 성공은 게으른 포트폴리오 전략의 기반이 됐다. 복잡한 금융 상품에 대한 피로감도 게으른 포트폴리오로 연결됐다. 모든 투자자가 전문적인 투자 지식을 갖추고 시장을 매일 모니터링할 수 없기 때문에 효율적인 투자 방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 결과물이다.



최근에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발전과 함께 게으른 포트폴리오 전략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적극적으로 자산을 사고팔기보다는 한 번 사서 되도록 장기보유하고, 최소한의 관리만으로도 효율적인 투자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시간이 부족하거나 투자 경험이 적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 게으른 포트폴리오는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60/40 포트폴리오’이다. 해당 포트폴리오는 전체 자산의 60%를 주식에 나머지 40%는 채권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주식의 성장성과 채권의 안정성을 동시에 누리고자 할 때 안성맞춤인 전략이다.

게으른 포트폴리오가 성공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첫 번째는 장기적인 관점 설정이다. 투자자는 단기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 투자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두 번째는 분산 투자이다. 전 세계 여러 지역으로 구성된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 투자해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 세 번째는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투자 수수료 등 비용을 최소화해 장기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네 번째는 정기적인 재조정(리밸런싱) 단행이다.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해 계획대로 자산 배분이 유지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감정 관리이다. 일시적인 시장 변화에 감정적인 투자 결정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게으른 포트폴리오는 단순히 게으른 것에 그치지 않고 효율적인 자산 배분을 통해 장기적인 투자 목표를 달성하는 전략이다. 이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그러나 게으른 포트폴리오 또한 성공적인 운용을 위해서는 꼼꼼한 계획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앞으로 필자는 국내외에 상장된 ETF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몇 가지 게으른 포트폴리오를 본 기고를 통해 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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