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사 파업과 석유화학·철강·건설업 부진이 겹치면서 지난달 생산지표가 3개월 연속 감소했다. 건설투자는 7개월 연속 줄어들면서 역대 최장 기간 내림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이 장기화하고 있어 추가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는 112.6으로 전월 대비 0.4% 줄었다. 9월부터 3개월째 감소세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생산이 전월보다 0.2% 감소하면서 올해 5월 이후 7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1997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후 가장 오랜 기간 마이너스다. 건설 수주가 1년 전보다 62.9% 늘어났지만 수주가 시공 실적(건설 기성)으로 이어지려면 통상 1년~1년 6개월가량 소요되는 만큼 건설투자 전반이 회복세로 돌아서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설령 수주를 한다 해도 금리와 건설 비용이 높아 착공으로 바로 이어지기에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며 “내년까지는 건설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0.7% 줄어들었다. 현대트랜시스 노동조합 파업 여파에 자동차 생산이 5.4%나 위축됐기 때문이다. 전자 부품 생산도 4.7% 감소했다. 그나마 반도체 생산이 3.9% 늘어나며 추가적인 감소세를 막았다. 반도체생산지수는 175.2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반도체를 제외한 국내 주력 업종의 시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광공업 생산이 추가적으로 내림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최근 중국의 저가 수출 여파로 철강·석유화학 공장들의 가동이 중단될 정도로 반도체를 제외한 여타 업종이 쉽게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라며 “산업 생산 부문은 둔화 국면에 진입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해석했다.
투자지표도 뚜렷한 강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설비투자 역시 한 달 새 1.6% 줄어들며 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제조업 생산 둔화가 설비투자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 관련 지표 또한 부진하다. 제품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4% 증가하며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코리아세일페스타 같은 대형 소비 촉진 행사에서 의류·신발·취미용품 등의 판매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하지만 전년 동기로 보면 9개월 연속 감소세다. 서비스업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은 전달보다 0.2% 줄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5포인트 떨어진 97.6을 나타내며 9개월째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 대비 0.1포인트 오른 100.8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보다 12.3포인트 떨어져 코로나19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년 1월 기준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84.6으로 2022년 4월 이후 34개월 연속 100을 밑돌았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경기 회복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박 전문위원은 “최근 소비심리지수와 BSI의 급락에서 볼 수 있듯 계엄 사태의 여파가 서비스와 기업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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