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세 차례나 방문하는 등 한국과는 특별한 인연을 맺어왔다. 대통령 재임 시기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며 한국의 인권 문제를 강하게 압박한 그는 퇴임 이후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한반도 위기 해결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29일(현지 시간) 100세 나이로 별세한 카터 전 대통령은 1976년 미국 대선 시기부터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을 거치면서 두 나라는 ‘혈맹’으로 발전했지만 카터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의 인권 탄압을 문제로 삼았다. 1977년 1월 대통령 취임 후 주한미군을 4~5년 안에 단계적으로 뺀다는 세부 계획을 제시하자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내정간섭’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두고 양국 긴장감이 고조되던 가운데 1979년 북한군의 전력을 재평가한 ‘암스트롱 보고서’가 등장하면서 철군 보류가 결정됐다.
카터 전 대통령의 한국과의 관계는 퇴임 이후 더 주목을 받는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80년대 신군부 정권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구명 운동에 나섰고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북핵 1차 위기가 극에 달하던 시기 그는 김일성 북한 주석과 담판에 나서겠다며 방북을 시도했다. 이에 1994년 6월 15일부터 3박 4일간 평양을 방문해 김 주석과 두 차례 면담하면서 긴장된 분위기를 완화하는 데 노력했다.
방북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2010년 8월 8년 노동교화형을 받고 북한에 억류 중이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 씨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다시 찾았고 곰즈 씨에 대한 사면을 이끌어냈다. 천안함 폭침 이듬해인 2011년 4월 국제 원로 자문그룹 ‘디 엘더스’ 소속 전직 국가수반 3명과 함께 또다시 북한을 방문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후에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 활동과 봉사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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