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범용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연초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가격은 8∼13%, 낸드 가격은 10∼15%가량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업체들은 올해 1분기에 재고 수준 증가와 주문 수요 악화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잠재적인 수입 관세에 대비한 노트북 제조 업체들의 조기 재고 비축도 가격 하락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계속되는 가격 하락에 일각에서는 2023년과 같은 반도체 한파기가 닥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와 같은 인공지능(AI) 특화 반도체의 견조한 수요와 가격 흐름이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 폭을 일부 상쇄하면서 당시와 같은 최악의 상황으로는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현재는 우세하다.
특히 지난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HBM은 올해도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며 전체 D램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HBM은 급증하는 AI 수요에 힘입어 D램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며 “특히 HBM3E(5세대)는 2025년에도 타이트(부족)한 공급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회복됐던 지난해의 경우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등으로 서버용 D램과 eSSD의 수요가 특히 강했다 보니 올해 소강상태를 보일 수는 있다”며 “다만 HBM이나 일부 제품의 수요는 계속되고 있어 반도체 한파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HBM 외에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eSSD 등 서버용 제품의 가격 하락은 이르면 2분기 또는 하반기에는 회복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트렌드포스는 “2025년에도 eSSD의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며 “일부 공급 업체가 (eSSD의) 내년 예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60TB(테라바이트) 이상의 고용량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의 공세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간 전 세대 제품인 DDR4를 주로 생산해 온 CXMT는 최근 최신 제품인 DDR5를 만들어 시장에 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해당 제품은 서버가 아닌 PC용 제품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제품과 성능 격차도 클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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