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벤처 시장에선 바이오(Bio), 인공지능(AI), 반도체(Semiconductor) 등 3대 업종에 투자가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화 성과를 낸 비상장 신약 개발 기업과 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체감할 수 있는 AI 기술을 적용한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독점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국내 반도체 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3대 업종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 지 관심이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4년 투자 유치 기준 상위 100곳의 스타트업 가운데 바이오 업종 기업이 23곳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유전자의약품 개발 기업 진에딧이 대표적인 업체로 지난해 11월 3500만달러(약 473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이 회사는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상위권에 오른 또다른 신약 개발사 에임드바이오는 지난해 7월 400억 원 투자를 유치하며 시리즈B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창업했으며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및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벤처 투자 업계에서는 사업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바이오 시장에서 굵직한 성과를 낸 업체를 중심으로 벤처캐피털(VC)의 자금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근호 스틱벤처스 대표는 “지난해부터는 기업공개(IPO)까지 도전할 만한 바이오 기업 위주로 투자를 진행했다”면서 “라이선싱아웃 등 확실한 사업 진척이 있었거나 이를 앞두고 있는 회사가 벤처 투자 시장의 주된 선택을 받은 것 같다”고 평했다.
바이오에 이어 AI 기업이 투자 유치 상위 100개 스타트업 중 19개를 차지했다.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를 선보인 업스테이지가 지난해 4월 시리즈B 라운드를 통해 1000억 원을 조달했다. ‘AI 올림픽’으로 불리는 캐글(Kaggle)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쓰는 등 업계에선 국가대표 AI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유통을 비롯한 산업군에서 AI를 적용해 차별화된 사업을 추진하는 스타트업도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마크비전은 지난해 10월 2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하는 ‘마크AI’를 출시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 등 고객사가 이 기술을 통해 효과적으로 위조상품을 제거할 수 있다. 영상 분야에 특화된 트웰브랩스는 영상 처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AI 솔루션을 개발해 최근 43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AI 다음으로는 반도체 기업이 11곳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면서 대안이 될 만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에 등극한 리벨리온이 만드는 신경망처리장치(NPU)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비해 가격이 싸고 특정 AI 작업에 높은 성능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리벨리온은 이러한 경쟁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초 165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아울러 딥엑스는 같은해 5월 1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각종 전자기기에 탑재해 연산 능력을 부여하거나 기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반도체를 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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