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과잉생산에 국내 석유화학·철강 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데 이어 올해부터는 자동차 산업도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가 국내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관세와 무역 조사 등 적극적인 무역 조치를 통해 방어벽을 쌓아두지 않으면 국내 주력산업들이 저가의 중국산 제품에 장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철강 수출량은 1억 1000톤으로 2016년 이후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값싼 철강을 밀어내면서 지난해 10월 말 기준 한국의 중국산 철강재 수입량은 735만 5041톤까지 늘었다. 이미 2022년(675만 5759톤)의 수입량을 넘어섰다.
철강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포스코홀딩스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3%, 현대제철은 77.5% 각각 줄었다. 포스코는 45년 동안 가동한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폐쇄했고 현대제철도 포항2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4대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LG화학과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 3개 기업은 지난해 3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자동차 업계도 비야디가 전기차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기아의 경쟁력이 여전히 높지만 비야디가 저가의 전기차를 지속적으로 밀어낼 경우 향후 시장 상황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무역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업계의 요청이 없다는 이유로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이 제소하자 무역위원회는 10월에서야 철강 산업 피해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최근 비야디의 국내시장 진출과 관련해 상계관세 부과를 시사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한 통상 전문 변호사는 “미국은 이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100%로 올렸고 유럽연합(EU)도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했다”며 “중국의 저가 공세로 피해가 현실화한 철강·석화 업종의 무역 구제 조치를 강화하고 피해가 예상되는 전기차 업종에 대해서도 상계관세 등 방어벽을 높게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