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의 집중투표제 도입이 소수주주 권익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대주주 간 경영권 분쟁 수단으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2일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더라도 주요 주주들의 보유 지분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이사 선임은 1, 2대 주주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1인을 선임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 363만1222주(의결권 기준 20%)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있는 주식 총수를 1815만6107주로 가정했을 때다.
2027년 3월 정기주주총회의 경우에도 이사 선임에 필요한 최소 보유 주식수는 151만3009주(의결권 8.3%)로 조사됐다. 주총 참석률 90%를 적용하더라도 7.5% 이상의 지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현재 고려아연의 지분구조다. 1대 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와 2대 주주그룹인 최씨 가문·한화 등 우호주주그룹이 전체 주식의 80~90%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3% 지분을 가진 소수주주가 이사 1인을 선임하려면 이사회가 40명 이상으로 구성돼야 하지만, 최윤범 회장 측은 이사 수 상한제(19명)를 제안해 이마저도 막았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이 소수주주 보호라는 명분으로 집중투표제를 제안했지만, 이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이사회 과반수 확보를 저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상법 위반과 주주평등 원칙 위배는 물론, 소수주주의 권리까지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23일 예정된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상한제가 가결될 경우, 신규 이사 선임은 7인으로 제한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소수주주들은 이사 후보 추천 기회조차 박탈당한 상태다.
한편, 집중투표제는 각 주주가 보유 주식 수에 선임 대상 이사 인원수를 곱한 의결권으로 1인에게 모두 투표하거나 분산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최다 득표 순으로 이사를 선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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