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은 '악성 임대인'이 공개 1년 만에 1180명(법인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떼어먹은 전세금은 모두 1조9000억 원에 이른다. 악성임대인에는 10대도 있었다.
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안심전세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으로 이름과 신상이 공개된 '상습 채무 불이행자'는 개인 1128명, 법인 49개사다.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2023년 12월 27일부터 상습적으로 보증금 채무를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의 이름,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 채무 불이행 기간 등을 공개하고 있다. HUG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대신 돌려주고서 청구한 구상 채무가 최근 3년간 2건 이상이고, 액수가 2억원 이상인 임대인이 공개 대상이다.
명단이 공개된 악성 임대인의 평균 연령은 47세이며, 1인당 평균 16억1000만 원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는 50대가 273명(23.2%)으로 가장 많았고 30대 256명(21.8%), 40대는 222명(18.9%)이었다. 이어 60대(201명·17.1%), 20대(122명·10.4%), 70대(44명·3.7%) 순이었다.
최연소 악성 임대인은 서울 강서구에 사는 19세 A씨로 보증금 5억7000만원을 1년 가까이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령자는 경기 파주시에 거주하는 85세 B씨로 3억6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떼어먹은 보증금 규모가 가장 큰 악성 임대인은 울산 남구에 거주하는 51세 C씨로 임차보증금 반환채무가 862억 원에 달했다. 임차보증금을 300억원 넘게 돌려주지 않은 악성 임대인만 10명으로 집계됐다.
악성 임대인 거주지를 보면 전세사기가 다수 발생한 지역에 몰려 있었다. 경기 부천시를 주소지로 둔 악성 임대인이 63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강서구 53명, 인천 미추홀구 48명, 인천 부평구는 34명이었다.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을 때만 해도 올라온 이름은 126명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하반기 급격히 늘었다.
명단 공개의 근거를 담은 개정 주택도시기금법 시행일인 2023년 9월 29일 이후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1건 이상 발생해야 공개 대상이 되는데 지난해 한 해 동안 미반환 문제가 계속해서 되풀이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11월 HUG의 전세보증 사고액은 4조2587억 원, 사고 건수는 1만9803건이다. 보증사고 규모는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1∼11월(3조9656억 원)보다 7.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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