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경쟁과 내수 부진 장기화로 중국 경제가 살아날 기미가 좀체 보이지 않자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도 멈춰 섰다. 최근에는 국채금리 급락으로 경기 침체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본격적인 ‘중국 때리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 운용사의 중국 외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상장한 ETF 중 이름에 ‘중국’이나 ‘차이나’가 적혀 있는 상품은 지난해 1월 출시된 ‘에셋플러스 차이나일등기업포커스10액티브’ 단 1개에 그쳤다. 1년 가까이 신상품이 없었던 셈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 부진으로 해외주식형 ETF가 인기를 끌며 68개가 새로 출시됐음을 감안하면 중국 소외 현상이 심각했다고 볼 수 있다. 홍콩·대만 등 중화권 국가로 범위를 넓혀도 지난해 새로 등장한 관련 ETF는 ‘KODEX 대만테크고배당다우존스’를 포함해 단 2건에 불과했다. 이로써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ETF는 2022년부터 3년 연속 상품 출시 개수가 줄었다.
일반 공모펀드 상황도 녹록지 않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중국 펀드의 설정액은 9692억 원 감소했다. 중화권 펀드까지 포함할 경우 총 1조 7143억 원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인도 펀드 설정액은 1조 979억 원,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북미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이 12조 원 넘게 급증한 것과 대조된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중국 증시가 우상향을 보이기는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재집권 이후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업종의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 가능성이 큰 탓이다.
최근 전 세계 증시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인공지능(AI) 산업 경쟁에서 미국에 크게 밀리고 있는 점도 문제다.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로 주요 신산업에서 고전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영국 데이터 분석 매체 토터스미디어가 지난해 공개한 ‘글로벌 AI 지수 2024’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AI 지수는 2022년 37.1점에서 지난해 46.1점까지 벌어졌다. 인프라, 규제, 정부 전략,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접근성 등 AI와 관련된 대부분의 항목에서 미국보다 뒤처지고 있다. 장기화하는 내수 부진도 중국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디플레이션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실제 중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해 초 2.557%에서 최근 1.6%대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경신 중이고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도 가파른 하락세다. 경제위기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지난해부터 잇달아 부양책을 내놓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확실한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 운용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판매할 펀드를 내놓기 위해서는 해당 펀드가 추종하는 기초지수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며 “중국 정부가 지난해 연이은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그때마다 주가 반등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악영향과 내수 침체 장기화 등 불확실성이 줄어들기는커녕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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