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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세상에 없던 AI 신약이 온다

<김정곤 바이오부장>

AI는 산업 패러다임 바꾸는 '게임체인저'

바이오 생명공학 기술에 날개 달아줄 것

불·바퀴처럼 인류역사 바꿀 새로운 물결

난치병 극복 넘어 삶의질 높일 혁명 기대

김정곤 바이오부장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AI) 최고경영자(CEO)인 무스타파 슐레이만. 그는 알파고 개발의 주역이자 세계 최고의 AI 기업 딥마인드 창립자로 더 유명하다. 슐레이만은 역저 ‘더 커밍 웨이브(The Coming Wave)’에서 AI 기술이 몰고 온 인류의 획기적인 변화상을 소개하고 곧 다가올 미래를 폭넓게 전망했다. 불과 바퀴, 전기의 발명이 인류의 역사를 완전히 바꿨듯이 앞으로 AI 기술이 이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슐레이만의 분석과 전망대로 AI 기술은 지난 10년간 전례 없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 정보기술(IT) 분야와 빅데이터 분석은 물론이고 일상생활 곳곳에서 AI 기술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그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물결로 제약·바이오 산업과 직접 연결되는 생명공학을 꼽았다. 슐레이만은 “인류의 운명을 결정할 새로운 물결은 AI와 생명공학”이라며 “다가오는 물결은 AI와 합성생물학이라는 두 가지 핵심 기술로 정의된다”고 선언했다.

실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AI 기술에 거는 기대는 그 어떤 산업군보다 크다. AI 기술 덕분에 신약 연구개발(R&D)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빨라지고 암 같은 난치성 질환 정복도 곧 가능해질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가 나온다. 신약 개발 과정은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전이다. 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전 임상,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감독기관의 승인을 얻어 상용화되기까지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선다. 규모가 작은 바이오벤처는 이 과정에서 기업의 생사가 결정된다.



신약 개발의 첫 단계는 후보 물질 발굴부터 설계다. AI의 도움을 받아 이 시간이 대폭 단축되고 임상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과 개선이 이뤄지면 개발 비용도 크게 줄어든다. 기존보다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신약 후보 물질 발굴과 설계·임상·상용화 등 전 주기에 걸친 개발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바이오벤처 창업자들이 자금난에 지분을 매각하고 개발 초기 단계에서 우수한 후보 물질을 매각하는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 전문가들도 향후 제약·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체인저로 AI를 꼽고 있다. 혁신 신약으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등 개발이 AI 덕분에 가속도를 낼 것으 예상된다. 딜로이트는 ‘2025년 생명과학 전망’ 보고서에서 “디지털 혁신이 2025년 제약·바이오 시장에 더 많은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향후 5년간 제약·바이오 기업의 AI 기술 투자가 매출 대비 최대 11%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AI 기술에 대한 투자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의 바이오벤처와 JW중외·대웅·동아·한미 등 주요 제약사들이 앞다퉈 AI 신약 개발에 뛰어든 가운데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는 생성형 AI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단백질 디자인 기술을 보유한 미국 제너레이트바이오메디슨에 투자했다.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가 AI 기업에 투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그룹이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시밀러에 이어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2016년 별세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1980년 출간한 명저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에서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에 이은 제3의 물결로 정보혁명의 출현을 예고했다. 토플러의 예언은 적중했다. 지금은 정보혁명을 넘어 AI가 이끄는 제4차 산업혁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슐레이만의 예측대로 AI와 결합된 생명공학 분야가 바이오·의료 등 첨단과학 분야에 날개를 달아 줄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난치병 극복과 생명 연장을 넘어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바이오 생명공학 혁신도 가능할 것이다. AI 덕분에 세상에 없던 ‘퍼스트 인 클래스(First in Class)’ 혁신 신약이 출현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은 정치·경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K바이오가 세상에 없던 AI 신약 개발이라는 ‘굿 뉴스’로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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