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2025년 확장현실(XR) 기기 시장을 두고 맞붙는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과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킬러 콘텐츠를 연동해 자사 모바일 기기 사용자층을 넓히는 생태계 확장의 수단으로서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까지 XR 기기에 주목하면서다.
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비보는 XR 기기를 올해 말 출시할 계획이다. 피코, DPVR 등 XR 기기 업체를 제외하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비보가 처음이 될 전망이다. 비보는 애플의 ‘비전프로’급 성능에 더 높은 가격 경쟁력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보는 삼성전자와 함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주요 제조사인 만큼 XR 기기에서도 비슷한 사용자층을 두고 직접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지난해 출시했고 삼성전자는 ‘프로젝트 무한’(가칭)을 올해 공개할 계획이다. 샤오미와 오포도 과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에서 XR기기 시제품을 공개해 제품 개발 소식을 알린 바 있다. 비보가 출시를 공식화하며 스마트폰 제조사 상위 5개사가 XR 기기 시장에서 서로 맞붙게 됐다.
XR 기기 시장은 사명까지 바꾸며 올인한 메타가 지난해 3분기 기준 점유율 65%로 압도적 선두를 달리며 쟁쟁한 빅테크인 구글의 ‘구글글래스’,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 등도 단종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모바일 생태계를 앞세워 추격할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자사 스마트폰과 연계해 생성형 AI 기능이나 인기 앱을 XR 기기의 킬러 콘텐츠로 확보할 수 있고 스마트폰 사용자를 XR 사용자로도 유치할 수 있다는 기대다. 계의 한 관계자는 “XR 기기에 스마트폰과 같은 운영체제(OS)를 탑재하면 기존 수많은 앱 개발자들도 전용 앱을 만들기 수월해지고 콘텐츠 확보에도 유리해진다”며 “이를 통해 XR 기기 선두업체지만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닌 메타와도 차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무한에 구글의 ‘안드로이드XR’ 운영체제(OS)와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탑재한다. 제미나이는 이미지까지 이해하는 멀티모달(다중모델)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보고 있는 대상의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 유튜브 등 구글의 인기 앱을 우선으로 XR 기기 앱으로 재탄생시킬 방침이다. 애플도 비전프로 전용 앱이 2500여개, 호환되는 아이폰·아이패드 앱은 150만 개 이상이라며 역시 콘텐츠 경쟁력을 강조했다. 아직 시제품 단계인 오포의 ‘에어글래스3’는 스마트폰처럼 생성형 AI 모델 ‘안데스GPT’를 탑재해 역시 연동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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