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이 이달 20~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st Forum, WEF)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 참석을 취소했다. 영풍·MBK파트너스와 첫 표대결이 펼쳐질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이달 23일 열리게 되면서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다보스 포럼 참석자 명단에 올라 있던 최 회장과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의 이름이 최근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아연은 재작년 4월 다보스 포럼을 운영하는 WEF의 파트너 회원으로 정식 가입했다. 이후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열린 다보스 포럼에 처음 데뷔했고 최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최고경영자가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한다는 계획이었다.
최 회장은 올 해부터 이 포럼의 운영위원회(Steering Committee) 위원으로 추대 되면서 활동 폭도 더 넓혀 나간다는 구상이었다. 다보스 포럼이 전세계 기업인들은 물론 정치인과 언론인, 학자들이 총출동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고려아연 측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 여파가 길어지고 있고 임시 주총 날짜까지 포럼 기간과 겹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이번 고려아연 임시 주총은 지난해 9월부터 불꽃 튀기 시작한 영풍·MBK와 최 회장 간 지분 매입 경쟁 후 첫 성적표를 확인하는 자리다. 이번 결과에 따라 이사회 구성이 뒤바뀔 수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이벤트로 평가된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13석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최 회장과 그의 측근들이 12석, 영풍이 1석을 차지하고 있다. 현 최대주주인 영풍·MBK가 지분율을 40.97%까지 끌어올린 가운데 새 이사 후보를 14인 추천하면서 이사회 장악 발판을 놨다.
그러나 지분율에서 밀리는 최 회장 측(17.50%)이 집중투표제 도입이라는 전략을 꺼내들며 변수가 생겼다.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과 함께 7인의 새 이사진 후보 선임 안건도 상정했다. 상대 측 이사진 진입을 단 한명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본시장과 재계 일각에서 이번 집중투표제가 소수주주 보호를 위해 만든 상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나왔다. 영풍·MBK도 지난해 말 법원에 이와 관련한 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둔 상태다. 법원이 이 가처분을 받아들이면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이 빨라지고, 반대 결과가 나오면 최 회장 측에 힘이 실리게 될 전망이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에게는 이번 가처분 결과와 임시주총 표대결 결과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면서 “이제부터 법원 설득 전략을 마련하고 주요 주주인 현대차·LG·한화는 물론 소액주주 결집까지 나서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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