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14억 인구로 완성차 시장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인도에서 2년 연속 내수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경제성장의 둔화에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현지 전략 모델의 인기에 힘입어 이뤄낸 성과다. 올해에는 신형 전기차를 투입하고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며 전동화 전환을 주도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인도 내수 판매량 86만 471대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현대차는 60만 5433대로 전년(60만 2111대)에 이어 2년 연속 연간 판매량 60만 대를 넘었고 기아는 5.9%의 판매 성장률로 연간 최고 기록인 25만 5038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판매 실적은 고성장을 이어온 인도 경기가 주춤하는 상황에서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인도의 지난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하며 2년여 만에 가장 낮았다. 인도 중앙은행은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7.2%에서 6.6%로 낮추기도 했다.
현대차·기아의 소형 SUV는 이런 경기 침체 국면에서 현지 수요를 견인하며 실적 선방을 끌어냈다. 현대차의 현지 전략 모델인 크레타는 지난해 18만 6919대 팔려 ‘인도 국민차’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현대차는 크레타 외에도 엑스터와 베뉴·알카자르·투싼 등으로 현지 SU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기존 SUV의 실용성에 더해 첨단 기술과 편의 사양을 대거 적용해 상품 경쟁력을 강화했다. 기아의 소형 SUV 쏘넷도 지난해 10만 2337대 판매로 점유율 확대에 기여했다.
지난해 인도 증시 상장에 성공한 현대차는 이달 중 크레타 전기차(EV) 모델을 선보이며 전기차 시장을 공략한다. 인도 공장에서 생산되는 크레타 EV는 51.4㎾h의 배터리를 탑재해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73㎞까지 주행할 수 있다.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58분이다. 상장으로 마련한 자금은 충전 인프라 확충 등에 재투자한다. 향후 7년간 인도 전역에 600개 넘는 고속 충전소를 구축해 전동화 전환을 지원한다.
기아도 올해 인도에서 신차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아가 최근 인도에서 공개한 소형 SUV 시로스는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 등을 갖추고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차로 출시될 예정이다. 인도를 시작으로 아시아태평양·중남미·아프리카·중동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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