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만에 가장 가파른 인플레이션과 고강도 긴축 터널을 지나온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한 것인지 명확한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이달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세계 무역과 경제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2025년 전 세계가 직면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경제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매년 1월 초 미국에서 열리는 ‘전미경제학회(AEA) 연례총회’가 바로 그 무대다.
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해 나흘간 진행되는 2025년 AEA 연례총회에서는 세계경제 최대 변수로 떠오른 트럼프 2기의 영향을 놓고 활발한 논의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 등 서방 진영과 중국·러시아 등 반(反)서방 진영으로 양분되고 있는 세계경제가 새로운 냉전 시대를 맞이할 것인지를 주제로 논문을 발표한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연구진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상대 블록과의 무역 및 해외 투자(FDI)가 크게 감소했다”며 “냉전 초기와 다른 점은 비(非)동맹 국가들이 블록 간 다리 역할을 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산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AI)에 대한 심도 있는 고찰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버트 시먼스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AI가 직업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학력·고임금·사무직이 생성형 AI에 가장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내용의 주제 발표에 나선다. 통화정책에 대한 논의도 이어진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테일러 준칙을 만든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등이 통화정책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펼친다.
우리나라 연구진을 중심으로 한국 경제의 현황과 과제를 집중 조명하는 세션도 마련된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한국은 성장 둔화와 불평등 심화로 인해 동아시아는 기적의 종말을 경험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극복해야 할 과제 등에 대한 진단을 내놓는다. 이번 행사에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도 다수 참석해 혜안을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수상자인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관련 세션에 참석하며 ‘미국 여성의 경제 참여 연구’로 202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가족정책을 주제로 패널 토론을 펼친다. 2021년 수상자인 노동경제학자 데이비드 카드는 기업과 고용 시장에 대한 고견을 내놓는다.
한편 이번 행사는 AEA와 미국사회과학협회(ASSA)에 소속된 66개 학회 및 협회가 매년 1월 경제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경제 학계 최대 행사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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