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과 티웨이항공 등 국내 항공사가 새해 들어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영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기에 친환경 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SAF)’를 투입하기 시작했다. 항공 업계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SAF 사용을 의무화한 EU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반 항공유보다 값비싼 SAF 사용은 운임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며 업계는 선을 긋고 있다. 다만 규제 강화로 향후 SAF 사용이 늘면서 운임 인상 압박도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1일 오후 5시 35분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항공편을 시작으로 유럽발 여객기 5개 노선에서 SAF 혼합유를 투입했다. 기존 항공유에 SAF를 2% 섞어 항공기에 주유하는 것이다. 이날 기준 이들 노선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주간 여객기 운항 횟수는 총 28회다. 프랑크푸르트와 파리발 노선은 각각 주 7회, 주 6회를, 런던·로마·바르셀로나발 노선은 주 5회씩 운항한다.
SAF는 기존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대신 사탕수수·폐식용류 등 바이오 연료로 생산한 친환경 항공유에 해당한다. 생물 유기체에서 추출한 바이오 디젤과 유사하지만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발생·흡수하는 과정을 거쳤다. 기존 제트유(화석연료 항공유)와 비교해 탄소 배출량을 80% 이상 낮추는 대신 3배 넘게 비싼 단점이 있다. 항공유가 항공사 전체 영업비의 30%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SAF 사용으로 인한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유럽 주요 노선에 SAF를 사용하는 것은 EU의 규제에 따른 것이다. EU는 올해부터 27개 회원국 내 모든 공항에서 항공기에 급유할 때 SAF를 2% 혼합하도록 했다. SAF 혼합 비율은 단계적으로 확대해 2050년에는 70%에 도달하게 된다.
티웨이항공도 이런 규제에 맞춰 새해부터 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등 4개 유럽 노선에서 SAF 혼합유를 투입했다. 지난해 8월부터 파리발 노선에서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최초로 SAF 혼합유(1.5%)를 사용해왔는데 올해 이 비율을 2%로 늘렸다. 대한항공도 EU 회원국과 런던공항에서 SAF 혼합유를 사용하기 위해 공급사와 협의를 마쳤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구체적인 SAF 투입 일정은 공급사에서 정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연간 SAF 2% 사용을 충족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협의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SAF 사용으로 인한 항공 운임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AF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한 노선이 아직 제한적인데다 혼합 비율도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규제 이행에 따른 항공사 부담은 올해부터 본격화되면서 장기적으로 운임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한항공이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에 제출한 보고서(2022년 기준)에 따르면 올해 유럽 노선의 SAF 2% 사용으로 최대 229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SAF 혼합 비율이 늘어나는데다 내년부터 싱가포르도 1% 이상을 혼합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SAF 관련 추가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도 2050년까지 항공유 수요의 100%를 SAF로 충당할 방침이다.
해외에서는 항공 운임 인상이 현실화되는 추세다. 독일 루프트한자그룹은 이달 1일부터 EU 회원국과 영국·스위스·노르웨이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에 최대 72유로(약 10만 6000원)의 추가 요금을 부과했다. 에어프랑스-KLM그룹도 프랑스의 SAF 도입 의무화를 반영해 항공권 가격에 최대 12유로(약 1만 8000원)의 요금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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