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삶을 바꿔놓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우리 기업들에도 AI 시장에 파도를 일으킬 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이달 7일부터 10일(현지 시간)까지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5’에서 기술력을 앞세운 한국 기업들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CES 2025가 선정한 핵심 주제이자 기술인 AI, 디지털 헬스, 운송 기술 및 모빌리티 등에서 한국 기업이 가장 많은 혁신상을 휩쓸며 올해 최대 수상국 지위를 지난해에 이어 유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의 중간 집계 결과(2024년 12월 27일 기준)에 따르면 AI 분야 혁신상 중 한국 기업은 총 39개 중 21개(53.8%),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는 총 43개 중 23개(53.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혁신의 중심으로 우뚝 선 우리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들을 대표해 폴라리스오피스(041020)·에이슬립·프리베노틱스 등 CES 2025에서 혁신상을 받은 강소기업 3곳의 대표들을 3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만나 수상 비결과 앞으로의 사업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이번 CES가 앞으로 인간의 실생활에 AI가 얼마나 깊이 스며드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자리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 이들 기업은 각각 문서 소프트웨어(SW), 슬립테크, 의료 등 분야는 다르지만 모두들 AI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해석 폴라리스오피스 부대표는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CES 2024에서 생성형 AI의 본질에 대한 것이 주요 주제였지만 생성형 AI가 우리의 삶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사실상 이번 CES가 처음”이라며 “AI가 산업과 생활에 얼마나 활용되는지를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폴라리스오피스는 이번 CES에서 한국 문서 SW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AI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폴라리스오피스는 사용자가 문서 및 이미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AI 에이전트 시스템인 ‘AI 노바(NOVA)’를 CES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도 “AI의 펀더멘털과 인프라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이를 활용하는 에이슬립과 같은 버티컬 AI(특정 산업이나 분야에 특화된 AI 솔루션)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의 근본 DNA도 바뀌게 된다”며 “이번 CES를 통해 제미나이와 같은 생성형 AI의 동향은 물론 이를 활용하는 기업들의 상용화 방향성을 파악해 사업 확장 가능성도 타진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수연 프리베노틱스 대표는 “의료·헬스 기업 특성상 의학 데이터를 발표하고 과학자나 의사들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의학 학회를 우선순위로 가야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CES가 ‘컨슈머 일렉트로닉스 쇼’인 것처럼 고객에게 AI를 활용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우리의 기술과 솔루션을 선보인다는 의미에서 도전이자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I 기술을 통해 의사들의 영역이던 의료 분야의 대상군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수면테크 스타트업인 에이슬립은 수면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수면 환경을 제공하는 AI가 탑재된 삼성전자 갤럭시 탭 ‘슬립보드’로 AI와 디지털 헬스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워치나 링 등 전자기기 착용 없이 수면 중 발생하는 숨소리를 측정하는 비접촉식으로 병원 검사의 94%에 달하는 수면 상태 진단 정확도를 자랑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사노피 임원 출신인 장수연 대표가 LG전자 출신의 산업 영상 AI 전문가인 이준우 박사와 함께 2021년 창업한 프리베노틱스는 CES 2025에서 AI 위암 예방 솔루션인 ‘프리베노틱스-지프로’로 인간 안보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이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승인을 받고 서울대병원·국립의료원 등 실제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번 CES가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의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는 CES나 다른 행사에서 이들 제품이 소프트웨어 측면이 강해 눈앞에 보여주기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글로벌 대기업 제품들에 탑재되면서 이런 제품들이 어떻게 인간의 삶에 구현되는지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 기업의 제품들은 자사의 부스 외에도 대기업 부스에서도 직접 확인할 수가 있다.
이해석 부대표는 “CES 혁신상 수상 발표 당시 미국과 유럽 지역을 대상으로 커스터머 투어를 다니고 있었는데 수상 소식 이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곳도 늘어났고 AI를 결합한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해보자는 이야기들도 많이 해 고무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동헌 대표도 “이달 3일 미국법인 설립 완료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며 “CES 혁신상 수상으로 기술 및 독창성에 대해 인정을 받은 상태에서 3곳의 대기업 부스에 에이슬립 제품이 같이 전시되다 보니 올해가 고객사 확보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장수연 대표 역시 “회사를 설립한 지 3년밖에 안 되는 초기 기업이지만 CES 혁신상 수상 뒤 의료 플랫폼 사업자들로부터 연락이 많이 오고 있다”며 “제품 특성상 오픈 이노베이션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CES가 해외 시장 개척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집중하는 위암의 경우 한국은 5년 내 생존율이 80%인 반면 미국은 25%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더 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며 “장수와 건강이라는 키워드가 AI라는 기술을 만나면서 시장도 확대되고 있고 이번 CES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 혁신 강소기업은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재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된 정부 지원의 범위를 기업 생애주기별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헌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원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3~5년 이상 데스밸리에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성장단계별 지원이 필요하다”며 “CES 이후에도 이러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지원 대책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석 부대표 역시 “초기 단계를 거친 기업들은 특히 해외 시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정부 지원을 통해 기업의 성장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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