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채 잔액이 지난해보다 4조 원가량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2022년 도입한 자영업자 채무 조정 프로그램 ‘새출발기금’의 여파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정부에 빚 탕감을 요청하는 자영업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산업계 손실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하는 캠코마저 자금난에 빠지면 정부의 실물경제 지원 역량이 바닥을 드러낼 수 있어 우려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국회가 ‘2025년 회계연도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캠코의 재무 비율 전망치를 제출했다.
전망치에 따르면 올해 캠코가 새로 떠안아야 할 부채는 4조 원으로 전체 부채 잔액은 14조 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캠코의 연간 신규 부채 규모는 코로나19 이후 매년 커지고 있다. 2022년 전년 대비 1조 원 늘었던 부채가 2023년 1조 90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3조 2000억 원가량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채가 늘어나면서 캠코의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금융위가 예상한 캠코의 올해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은 전년보다 40%포인트나 급등한 267.6%로 치솟을 것으로 추정된다. 캠코는 내부적으로 부채 비율 200%를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한 일종의 ‘레드 라인’으로 설정하고 있다.
새출발기금을 통해 매입할 부실채권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어 캠코의 재무 지표는 갈수록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새출발기금을 통해 매입하기로 한 자영업자 부실채권 규모는 총 33조 4000억 원이다. 이 중 올해 말 기준 누적 인수 예상 규모는 약 17조 3000억 원 정도로 목표 대비 절반 정도다. 올해가 지난 후에도 캠코가 인수해야 할 부실채권이 10조 원 넘게 남게 되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캠코가 새출발기금에 발목이 잡혀 재무난이 가중되면 본연의 역할 수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새출발기금 부실채권 매입 부담을 정부가 졌다면 캠코의 부채비율은 지금보다 71.5%포인트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예상하지 못한 가계·기업의 충격이 발생했을 때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을 늘려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금융공기업의 재무 담당 임원은 “캠코가 국가 경제의 비상사태 때 충격을 흡수하려면 여느 공공기관들에 비해 부채비율을 적어도 50%포인트 이상 낮게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캠코의 건정성 지표가 더 악화하기 전에 정부 예산을 통해서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지분을 정부가 출자하는 방식 등을 통해 자본 여력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캠코처럼 위기 대응을 위한 기관의 재무지표는 다른 곳보다 깐깐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예산을 더 쓸 여건이 안 된다면 현물 출자를 통해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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