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그룹이 금융위원회의 상상인저축은행·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매각 명령에 대한 불복 소송을 이어간다. 지난달 1심 판결에서 패소하면서 정해진 기간 내 매각에 실패할 경우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항소를 통해 명령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시간 벌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매각을 적극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그룹은 금융위의 대주주 적격성 유지요건 충족명령과 주식처분명령 취소사건의 1심 판결에 항소한다고 3일 공시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상상인그룹이 제기한 대주주 지분 매각 명령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소송은 2019년 금융위가 상상인그룹에 내린 중징계에서 시작됐다. 금융위는 2019년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영업 구역 내 의무 대출 비율 미준수 및 불법 대출과 허위 보고 등을 이유로 상상인에 15억 원 2100만 원의 과징금을, 유준원 대표에게 직무 정지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했다. 상상인그룹은 이에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고 금융위는 2023년 8월 두 저축은행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충족 명령’을 통보했다. 하지만 상상인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같은 해 10월 상상인에 6개월 안에 두 저축은행 지분의 90% 이상을 매각하라고 명령했고 상상인도 곧바로 불복 소송에 나섰다.
상상인이 항소에 나선 것은 이행강제금 부담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기존 금융위 명령의 효력이 다시 발생하면서 정해진 기한 안에 두 저축은행을 매각해야 한다. 두 저축은행 중 한 곳이라도 기한 내 매각에 실패할 경우 매달 억대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상상인그룹은 매각 완료 전까지는 소송을 이어가며 ‘시간 벌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애초 상상인그룹이 소송을 시작한 것도 매각이 성사되기 전까지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으려는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며 “만약 2심에서 패소하더라도 두 저축은행 매각에 실패할 경우 대법원에 상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상인그룹은 소송과 별개로 두 저축은행의 매각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OK금융과 인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OK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다른 대형 저축은행 대비 부족했던 영업 구역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OK저축은행의 영업구역은 서울, 충청, 호남권 3곳인데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경기·인천까지 영업구역을 확대할 수 있다. 특히 자산 기준 저축은행 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상상인그룹 관계자는 “좋은 인수자가 있을 경우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유 대표는 상상인의 최대주주(23.44%)이며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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