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함께 최적의 해상풍력 사업지로 손꼽히는 전남 신안군 일대 해역을 집적화단지로 지정하는 절차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질서 있는 해상풍력 공급 기조를 바탕으로 해상풍력 보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고 했지만 현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6일 해상풍력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20일 신안을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로 지정해달라는 전라남도의 신청 서류를 한국에너지공단으로 보냈다. 지난해 4월 전남도가 산업부에 신청서를 제출한 지 8개월 만이다. 산업부는 “전남도의 경우 신청 전에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영광군과 사전 협의를 마치지 않는 등 보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남도는 지난해 11월 집적화단지 신청 용량을 3.7GW(12개 단지)에서 3.2GW(10개 단지)로 변경하고 경과지인 영광군 주민의 의견 수렴을 강화하는 전력계통협의체 구성·운영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산업부 설명대로 미비한 점을 보완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해상풍력 집적화단지로 선정되면 한국전력의 선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어 사업에 유리하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사업 건설 비용 및 연간 운전 유지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신안의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지정이 늦어지면서 당초 목표로 한 해상풍력 보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현재 0.125GW에 불과한 해상풍력 설비용량을 2030년 14.3GW, 2036년 26.7GW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그나마 속도를 내기 시작한 시기에 주목한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로 직무 정지된 뒤 신안의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지정 작업이 진행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2년 대선 후보 시절 “대한민국 탄소중립의 거점인 전남에 해상풍력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영농형 태양광을 이용한 ‘햇빛연금’과 해상풍력 기반의 ‘바람연금’ 도입으로 전남도민의 소득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준비가 다 돼 있는 건지 꼼꼼하게 실무적으로 따졌다”며 “이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 고려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해상풍력 업자들은 이후 진척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에너지공단이 집적화단지 지정에 대한 심사를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착수하지만 지침에 따라 최장 80일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에는 산업부의 신재생에너지정책심의도 받아야 한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탄핵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언제 확정될지 몰라 기업들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극대화하고 있다”며 “풍력만 해도 야당이 발전 비중을 더 늘릴지 아니면 기존대로 확정이 되는 건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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