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진한 성과를 보인 코스피지수가 연초 들어 반등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바닥론이 확산되며 외국인이 2거래일째 순매수한 데다 7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 개막을 앞두고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과도한 낙폭과 제조업 회복 국면을 감안할 때 반등세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도 이번 주 예정된 삼성전자 실적 및 주요 거시 지표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장 대비 1.91% 오른 2488.64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특히 외국인은 이달 2일 12·3 계엄령 사태 이후 처음으로 선·현물 합산 1조 원 이상을 사들인 데 이어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700억 원 이상의 국내 주식을 쓸어 담았다. 개인은 5410억 원 어치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1.73% 오른 717.96을 기록해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바이오, 반도체, 2차전지, 화장품 등 대다수 테마가 불기둥을 세웠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씨티그룹이 최선호주로 꼽았다는 소식에 9.84% 급등해 2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5일(현지 시간) 올해 AI 데이터센터 설립에 800억 달러(약 118조 원)를 투입할 계획을 밝히자 AI 테마의 지속성이 확인되며 삼성전자(2.76%), 한미반도체(6.65%), 테크윙(6.99%), ISC(8.17%) 등 반도체 및 소부장(소재·부품·장비)주들을 밀어올렸다. 아울러 올해 CES에서 양자컴퓨팅 부문이 주요 테마로 신설되면서 아이윈플러스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고 쏘닉스(23.83%), 아톤(11.64%) 등도 일제히 올랐다.
화장품 업종도 호재가 이어졌다. 중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에 지난해 국내 화장품 수출액이 102억 달러(약 15조 원)로 사상 첫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에 아모레퍼시픽(7.12%)을 필두로 마녀공장(18.48%), 토니모리(3.46%), 뷰티스킨(4.90%) 등도 강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경기 바닥 기대감이 확산된 데다 과거 코스피 흐름을 비춰볼 때 반등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의 연간 수익률이 하락한 후 다음 해 1월에도 하락한 경우는 지난 25년간 단 한 번에 불과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연간 수익률과 다음 해 1월 수익률은 대체로 반대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연달아 부진을 이어가기도 어렵다는 의미”라며 “국내 내부적 정치 상황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옅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이달 3일 미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1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개월 연속 예상을 웃돈 점도 국내 수출주에는 호재다. 전문가들은 8일 삼성전자 4분기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CES와 삼성전자 실적 등 반도체주들의 주가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이벤트들이 대기 중”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 증시 반등의 지속성을 확인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기술적으로라도 시장 반등이 가능해졌다는 관점에서 코스피보다는 코스닥이, 시총 상위 업종보다는 낙폭 상위 업종에 주목한다”며 “반도체와 2차전지 밸류체인을 포함한 화학, IT가전 등을 중심으로 국내 주식의 비중 확대가 유효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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