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은행들이 연말연초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일부 은행은 희망퇴직 대상을 30대까지 확대하는 등 희망퇴직 규모가 이전보다 커졌다.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에 따라 생긴 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이 생각해 낸 고육책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최근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희망퇴직 절차를 확정했고, 최근 희망퇴직 접수를 마무리한 국민은행도 지난해(674명)와 비슷하거나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아직 희망퇴직 접수 중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신청 수요가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퇴직금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NH농협은행에서는 지난해 12월31일자로 391명이 짐을 쌌다. 전년(372명)보다 희망퇴직자가 20명가량 늘었다.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56세 직원이 대상으로 퇴직금은 최대 20~28개월치 임금이 지급됐다. 신한은행에서는 2일 희망퇴직자 541명이 은행을 떠났다. 지난해 234명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신한은행은 올해 희망퇴직자 대상자를 30대 후반인 1986년생까지 넓혔다. 이전에도 40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으나 대상이 보다 확대된 것이다. 희망퇴직금으로는 출생연도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7~31개월치 임금이 지급된다.
국민은행의 이번 희망퇴직 대상 연령은 1974년생까지로, 전년도 1972년생에서 확대됐다. 특별퇴직금으로는 18~31개월치 임금이 지급되지만 재취업지원금을 지난해(3400만 원)보다 많은 최대 4000만 원을 지급한다.
하나은행의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 자격은 31일 기준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직원이다. 특별퇴직금으로는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24~31개월치 평균 임금이 지급되며 이는 지난해 상반기 특별퇴직과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30일 기준 정규직 입행 후 10년 이상 재직 중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특별퇴직금으로 출생연도에 따라 최대 19~31개월치 임금을 지급한다.
지난해에는 희망퇴직 조건이 전년보다 낮아지자 퇴직자 수가 줄었지만 올해는 다시 늘어나는 분위기다. 희망퇴직 대상 범위가 확대된 데다 앞으로 상황을 고려하면 희망퇴직 조건이 지금보다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대면·디지털 전환으로 은행의 점포 수가 감소하고 있으며 ‘조직 슬림화’ 등으로 은행의 필요 인력도 줄어드는 추세다. 주요 은행들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몸집을 줄인 바 있다. 희망퇴직자가 늘어나면 은행 입장에서는 인력 운용의 융통성이 커진다.
한편 주요 은행의 2023년 희망퇴직자는 3억 후반~4억 원대 특별퇴직금을 받고 은행을 떠났다. 은행별 2023년 경영현황 공개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은행 직원의 희망퇴직금으로는 평균 3억8100만 원이 지급됐다. 신한은행의 희망퇴직금은 1인당 평균 3억746만 원이 나갔다. 하나은행은 4억915만 원, 우리은행은 4억265만 원이다. 1억 원 내외의 기본 퇴직금을 고려하면 5억 원가량을 받은 셈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대 은행의 1인당 평균 총 퇴직금은 5억4000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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