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되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 권한대행이 체포영장 집행을 사실상 방관하자 “제2의 내란 행위나 다름없다”며 고발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여당은 민주당이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확정 판결 전 조기 대선을 치르려 ‘내란 프레임’을 씌워 속도전에 나섰다고 비난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서 최 권한대행을 향해 “윤 대통령이 질서를 파괴하고 왕이 되려다가 죄수의 길을 가게 됐는데 사태 수습의 책임이 있는 대통령 직무대행이 똑같이 질서 파괴 행위를 하는 것 같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법원의 정당한 영장 발부에 경호처가 무력을 동원해 저항하는데도 이를 제지해야 할 직무대행이 오히려 지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질서 파괴를 통해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또 하나의 내란 행위로 엄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최 권한대행은 경호처를 지휘할 권한이 있는 만큼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차장 등을 즉시 직위 해제하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윤석열 내란 수괴’에 부역하겠다는 뜻으로 보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게 윤 대통령 체포 불발의 책임을 물어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카드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잇따라 직무 정지된 상황에서 또다시 추가 탄핵에 나설 경우 여론의 역풍은 물론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일정에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공수처를 향한 비판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판결 전 조기 대선을 치르겠다는 목표로 정부·여당에 일방적인 내란 프레임을 씌우며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위원장은 ‘최상목 책임론’을 꺼내든 이 대표를 향해 “본인 재판이나 잘 받으라”며 날을 세웠다. 또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하려 한 것을 두고도 “공수처가 경찰에 하청을 줄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공수처 폐지’ 주장까지 나왔다.
정치권이 일제히 윤 대통령 체포 불발 이후 주도권 잡기 경쟁에 나선 가운데 여야는 이날 원내수석 회동을 열어 이른바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8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민주당은 7일, 국민의힘은 9일 개최를 고집했지만 릴레이 회동 끝에 의견을 절충했다. 민주당이 요구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현안 관련 긴급질의는 9일 하기로 했다.
한편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 경호처를 겨냥해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차지철식 경호처’는 윤석열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며 경호처 폐지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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