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압구정 일대에서 롤스로이스를 몰다 행인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고 환자들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염 모 씨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3부(황진구·지영난·박영재 부장판사)는 8일 준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염 씨에게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6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또한 792만원의 추징금과 아동, 장애인 등 관련 기관의 취업제한 5년을 명했다. 1심 징역 17년보다 1년이 감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항거불능인 여성 환자를 상대로 준강간 및 강제추행을 하고 촬영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구체적인 범행 내용은 법정에서 말하기 힘들 정도로 장기간에 걸쳐 성범죄를 일으켜 죄질이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피해자들 상당수가 여전히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다수가 자해나 자살 충동을 느껴 결국 한 분은 목숨을 끊고 사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환자에게 마약류를 투여한 행위에 대해서는 “의사로서 수술 내지 시술보다는 마약류 처방을 위해 내원한 사람들에게 의료행위를 빙자해 항정신성의약품을 투여해 수익을 올렸다”며 “그 과정에서 마약류 취급을 허위 보고하는 등 불법 판매와 다름없는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염씨가 피해자들을 위해 형사공탁금을 납부한 점을 감형 양형 사유로 설명했다. 재판부는 “일부 공탁은 극히 제한적인 양형 요소로 고려했으며, 피고인에 대해서는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검사가 요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에 대한 항소는 기각했다.
앞서 염 씨는 롤스로이스 차량 운전자인 신모 씨에게 업무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과 미다졸람 등의 마약류를 처방해 준 혐의를 받는다. 수면 마취 상태에 있는 환자들을 상대로 성폭행 및 불법 촬영한 혐의도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염씨가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은 5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차량을 몰다 20대 여성을 다치게 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은 신 씨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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