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고려아연(010130)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목표대로 변신에 성공하면 한국 대기업들이 (인수에) 관심을 가질만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MBK파트너스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5~6년 뒤 연간 매출액 20조 원 이상, EBITDA(상각전영업이익) 2조 원, 시총 20조~30조 원 회사가 될 수 있다. 규모까지 크면서 특정 분야 세계 1위 기업을 인수할 기회는 흔치 않다”며 이처럼 강조했다. 이는 MBK가 지난해 경영권 분쟁 발발 이후부터 계속 강조해 온 “해외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언급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그의 작심 발언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지역사회 일각에서 “MBK는 중국자본”, “국가 기간 산업을 해외에 팔면 안된다”고 비판한데 대해 매각 상대를 한국 대기업으로 좁히며 정면 반박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그러면서 그는 “컨티뉴에이션 펀드(출자자만 교체)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경영을 이어갈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며 회사를 재매각해야 하는 사모펀드(PEF) 속성을 두고 상대 측이 다시 비판에 열을 올릴지를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아연과 금·은 등의 제련업 중심에서 한 단계 도약해 “니켈과 전구체, 동박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밸류 체인에 올라탈 수 있다. 황산 같은 반도체 소재 사업도 유망 분야가 될 것”이라며 MBK가 생각하는 청사진도 들려줬다. 현 경영진이 내세우는 고려아연의 미래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대해서는 “잘한 결정이며 지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회사가 자사주 공개매수로 2조 원 넘는 차입을 일으키며 악화된 재무 상태를 치유하는 것은 과제라고 짚었다. MBK·영풍은 최 회장 등 이사진들이 지난해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이들을 상대로 6732억 원 규모 초대형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둔 상태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고려아연 경영진을 유상증자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이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회장은 이와 관련 “자본시장에 경종을 울린다는 차원에서도 손배 소송은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경영진들의 계획은 3~5년 사이 트로이카 드라이브에 12조 원을 모두 투입하겠다는 건데, 회사가 당장 이 돈을 마련할 재정적 여력이 안된다. 동박 생산을 위한 신공장 건설과 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관련 투자는 실제 시장 수요가 발생할 때까지 기다리며 시점을 늦출 계획”이라고 재무 관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부회장은 이처럼 회사의 미래 사업을 본궤도에 올릴 전제 조건으로 이사회 정상화를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최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해왔고 사실상 최고경영자(CEO) 역할까지 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의사 결정이 나올 수 없다고 일갈하는 것이다. MBK는 고려아연이 5800억 원, 6000억 원씩 쏟아부으며 각종 의혹을 낳고 있는 이그니오홀딩스,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건이 이사회가 정상 작동하지 못하며 생겨난 일들이라고 본다.
김 부회장의 이날 인터뷰는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최 회장과 첫 표대결을 앞두고 일반주주를 상대로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출사표였다. 그는 최 회장 측이 이번에 소수주주 보호 명목을 앞세워 집중투표제 방식 이사 선임 안건을 올린데 대해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주주 지분 총합은 12% 정도로 추정된다”며 “이번에 집중투표제가 도입된다 해도 일반주주들이 추천한 이사는 단 한명도 선임될 수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MBK·영풍은 이번 집중투표제 도입이 최 회장 측 이사 추가 선임과 자신들의 이사회 과반 장악을 막기 위한 시간 벌기 수단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그러면서 “최 회장의 이사회 참여를 막지 않겠지만 CEO 역할은 그만둬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는 이번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더라도 종래에 MBK·영풍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는 건 시간 문제일 것으로 봤다. 지난해 말 기준 MBK·영풍은 약 41%, 최 회장 측은 약 18%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8%), 현대차(5%), LG(2%) 등 대기업 주주들이 모두 최 회장 편에 선다고 해도 지분율 상으로 MBK·영풍이 훌쩍 앞서는 구조다.
올 3월 이어질 정기 주총과 연내 추가로 열릴 가능성이 있는 임시 주총 등을 거치면 MBK 측 이사진이 더 진입해 자연스레 이사회 과반 확보가 될 것으로 그는 보는 것이다. 다만 연내 추가 임시 주총 소집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엔 “현재는 없다”면서도 "3월 정기주총 이후 상황을 보겠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이어 “1대 주주가 이사회에 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인데 지금 이게 안되고 있다”며 “이것을 바로잡자고 하는 일이고 그래서 적대적 M&A(인수·합병)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또 “이사회가 정상 개편된 후라면 우리도 시장의 요구대로 집중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분쟁이 장기화되면 최 회장은 시간을 버니까 좋을 수 있지만 회사는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길게 끌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고려아연이 지난해 공개매수로 인수한 자사주를 약속대로 소각하지 않고 외부에 매각해 의결권을 되살리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속내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