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지중해 무인도에서 홀로 지내며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로 불려온 남성이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7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이탈리아 남성 마우로 모란디가 지난 3일 고향인 북부 모데나의 양로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보도했다.
체육교사 출신인 모란디는 1989년 남태평양 항해 도중 선박 고장으로 이탈리아 서부 해역의 부델리섬에 정착했다. 당시 섬 관리인이 곧 은퇴한다는 소식을 듣고 항해를 포기한 뒤 머무르기로 한 것이다.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모란디는 자연과 함께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부델리섬은 면적 1.6㎢의 작은 섬으로 핑크빛 백사장과 영화 '붉은 사막'(1964년) 촬영지로 유명한 관광 명소다.
모란디는 이곳에서 32년간 길 정비와 해변 청소를 담당하며 관광객들에게 섬의 생태계를 안내하거나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섬의 생태 환경을 알리기도 헀다.
그는 인근 라 마달레나섬에서 배편으로 생필품을 공급받았고 직접 태양열 발전기를 만들어 전등·냉장고·인터넷 연결 등에 필요한 전기를 모아 사용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섬의 소유권이 라 마달레나 해상국립공원으로 이전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공원 측은 생태교육장 조성을 위해 모란디의 자택 구조변경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할 경우 섬에서 나가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공원의 이 같은 결정은 세계적으로 논란이 됐고 그의 퇴거에 반대하는 청원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에 지친 모란디는 2021년 부델리섬을 떠나 라 마달레나 섬에 있는 소형 아파트로 이주했다.
모란디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고요함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지금은 끊임없는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낙상 사고 후 건강이 악화됐으며 최근 고향으로 돌아와 투병하다 생을 마감했다.
그의 부고 소식에 한 팔로워는 “안녕, 마우로. 이제 수십 년간 당신을 지켜준 섬으로 돌아갈 수 있겠네요”라는 추모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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