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불황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저축은행이 올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지 관심이 쏠린다. 올 상반기까지는 부실 위험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 속에 당분간 건전성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적극적인 부실 정리를 통해 하반기부터는 턴어라운드에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의 인수합병(M&A) 역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PF 전체 익스포저는 210조 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부실 PF 익스포저는 총 22조 9000억 원으로 전체의 10.9% 수준이다. 특히 저축은행 업권에서 부실 사업장을 의미하는 ‘유의(C)·부실(D) 우려’ 등급으로 분류된 부동산 PF 비중은 4조 4000억 원으로 상호금융(10조 9000억 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저축은행 업권의 부실 위험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금융 당국이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3단계(양호·보통·악화 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 우려)로 세분화하고 사업장 재평가를 실시하면서 추가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경·공매 진행과 사업장 재분류 등에 따라 추가 손실 발생이 가능하다”며 “특히 올 상반기 부동산PF 대출 만기가 집중돼 있어 매각 및 재구조화 대상 사업장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저축은행 업권도 올해 적극적인 경·공매와 재구조화를 통해 PF 부실의 족쇄를 벗겠다는 목표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우선 PF대출 및 가계대출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경·공매 지원, 공동매각 지원, 부실채권(NPL) 회사 설립 등 저축은행 자산 건전성 제고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형 및 중소형 저축은행 간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M&A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자 여력이 부족한 저축은행의 경우 M&A를 통해 퇴로를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부실이 심화하고 있는 상상인저축은행은 OK저축은행과 매각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면서 M&A나 영업 구역 확대를 통한 대형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업권이 PF 부실을 털어내고 영업 확대를 통해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에 시동을 걸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앞서 지난해 3분기 국내 79개 저축은행이 합산 258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지난해 1분기 적자 전환한 이후 6분기 만의 흑자 전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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