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바젤 바이오클러스터에 진출하는 한국 바이오벤처 기업이 늘고 있다. 바젤은 로슈·노바티스·론자 등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가 위치한 곳으로 유럽의 경제대국인 독일·프랑스와도 국경을 접하고 있다. 유럽 제약·바이오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불리는 지리적인 강점뿐만 아니라 낮은 법인세와 투자지원, 유능한 인력을 현지 채용할 수 있는 강점들로 주목 받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바젤 바이오클러스터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면역질환 전문 유효성 평가 플랫폼 프리클리나, 항체 기반 플랫폼 파티앱젠, 유전체 분석 기업 마크로젠 등이 지난해 바젤 바이오클러스터에 자리 잡았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바젤 바이오클러스터 진출에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우선 유리한 입지 덕분이다. 바젤은 독일·프랑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로슈, 노바티스, 모더나, 베이진, 론자 등 글로벌 제약사를 포함한 700여 개의 생명 과학 기업과 약 3만 3000명의 전문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클로퍼 바젤투자청 대표는 “입지만으로도 소중한 연결과 협업, 최첨단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많은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전문성과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바젤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라고 꼽았다.
고급 인력을 수급하기 유리한 조건도 바젤 진출 이유로 꼽힌다. 2019년 스위스 바젤에 유럽 법인을 설립한 진단기기 업체 노을은 “바젤에서만 유럽법인을 운영하고 있지만 스위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가에서 전문 인력을 채용해 활용하고 있다” 며 “유럽 주요국가의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관리하는데 장점 크다”고 밝혔다. 노을은 독일 현지 인력 채용을 통해 최근 독일 1위 진단실험실 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뉴로핏도 바젤 바이오클러스터에서 기회를 잘 활용한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다. 2022년 ‘서울-바젤 스타트업 허브 엑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바젤 바이오클러스터와 교류하기 시작한 뉴로핏은 지난해 로슈의 스타트업 혁신 프로그램 참여 기업에 선정됐다. 당시 바젤에 다녀온 뉴로핏 관계자는 “바젤은 스위스를 발판 삼아 유럽 선진 시장에 제품을 론칭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데 발판으로 유용한 곳”이라 평가했다.
스위스도 바젤투자청을 통해 적극적으로 기업 유치에 나서는 등 연구개발(R&D) 생태계를 조성하고 유지하는 데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지원 프로그램은 생명공학 분야에 초점을 맞춘 ‘바젤런치’다. 50만 스위스프랑 규모의 저금리 대출을 제공하고 제약사, 벤처투자자, 로펌 등을 연계해준다. 이 외에도 13% 수준의 법인세는 바젤 바이오클러스터에서 R&D를 할 경우 약 11%까지 내려가는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바젤 바이오클러스터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며 국내에서도 여러 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가 조성하고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고려대학교가 운영하는 ‘서울바이오허브’ 내 ‘서울-바젤 스타트업 허브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스위스 바젤 현지 교육과 네트워킹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부터 스위스 경제교육연구부와 협력해 보건의료 R&D 협력을 위한 민관 협의체 ‘한국-스위스 생명과학 이니셔티브 위원회’를 운영 중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바젤지역경제혁신센터와 협력해 유럽 시장에 진출하길 원하는 제약·바이오기업에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동아에스티가 대웅제약, 유한양행, 일동제약, 종근당, 한미약품에 이어 6번째로 바젤 투자청 파트너쉽 프로그램에 참여해 유럽 시장 진출에 속도를 냈다”며 “올해도 연계를 원하는 회원사가 있을 경우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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