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정하는 올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의 전망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고려하면 3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치솟은 원·달러 환율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고려하면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9일 주요대 경제학과 교수와 금융사 이코노미스트 등 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경 금통위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55%(12명)가 이달 15~16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를 현 수준인 연 3.0%로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은 45%(10명)로 양측이 엇비슷했다.
금리 인하를 점친 이들은 대부분 내수 침체를 이유로 들었다. 인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내수 침체에 따른 경기 부양’을 꼽은 이들이 92%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남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며 “이를 고려하면 올해 성장률은 1.6%가 채 되지 않을 위험이 있어 한은이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9%로 제시했는데 그 사이 경제 전망에 변화가 생겼는데도 금리를 동결하면 이는 실기에 가까운 결정이라는 얘기다.
곽노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책의 악영향을 해소할 컨트롤타워가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 전망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며 “어떤 불확실성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한은이 1월을 포함해 상반기 내 2회 인하로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적으로 동결이 맞다고 보지만 한은이 이번에 내리지 않으면 국민 경제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은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1460~1470원대를 오르내리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는 원화 약세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5.5원 오른 1460.5원을 기록했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진 상황에서 금리 인하까지 이뤄지면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환율도 크게 오르게 되고 대외 신인도 문제로 이어지게 돼 국채 발행과 추가경정예산을 가로막는 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금리 인하로 인한 원화 가치 하락이 외국인의 추가적인 원화 자산 매각을 초래해 또 다른 환율 급등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전문가는 한은이 이달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다음 달에는 내려야 한다고 분석했다. 1월 동결을 예상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국민연금의 환 헤지 물량으로 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주식시장 회복세도 추세적인 게 확인되면 2월에는 인하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1.6%를 고른 이들이 50%나 됐다. 1.7%를 선택한 전문가도 27%나 됐다. 응답자의 77%가 올해 성장률이 정부 예상치(1.8%)보다 낮을 것이라고 보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의 경우 빠를수록 좋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추경 편성 시점을 묻는 질문에 ‘1분기’로 답한 이들이 55%였다. 2분기는 18% 수준이었다. 상반기로 따지면 73%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추경 규모로 최소 20조 원을 제시하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돈을 푼다는 사인을 줘야 민간 차원에서도 소비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족집게식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 교수는 “고금리 장기화로 저신용자의 부담이 가중된 상태”라면서 “금리를 내리지 않더라도 취약차주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책은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올 상반기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1400~1430원’을 고른 이들이 23%로 가장 많았다. ‘1430~1450원’과 ‘1450~1470원’을 점친 이들도 각각 18%였다. ‘1500원 이상’이라는 답도 1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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