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보건 당국과 금융 당국이 비급여 진료 관리 방안과 5세대 실손보험 상품 구조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실손보험 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1세대와 2세대 초반 상품에 대해서는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한 것은 한계점으로 지적된다.
1세대 실손보험은 1990년부터 2009년 9월까지 판매됐다. 자기부담금이 아예 없거나 5000원이고 약관변경(재가입) 조항이 없어 만기(최대 100세)까지 약관 변경이 불가능하다. 자기부담률을 10%로 높인 2세대 상품은 2009년 10월부터 판매됐는데 이 중 2013년 12월 말까지 팔린 상품도 역시 약관 변경이 안 된다. 지난해 1분기 기준 1세대의 위험손해율은 122.8%, 2세대는 117.8%를 기록했다. 받은 보험료보다 내준 보험금이 크다는 뜻이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현재 1세대 실손이 654만 건, 2013년 이전 2세대 계약이 928만 건으로 둘을 더하면 1582만 건이나 된다. 전체 실손 가입자를 대략 4000만 명으로 보는데 이 중 1세대와 초기 2세대 비중은 상당하다.
금융 당국은 그간에도 1~3세대 실손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1년 간 50% 할인 등 혜택을 주고 4세대 실손으로의 전환을 유도했다. 얼마나 전환했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보험 업계에선 그렇게 큰 전환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1~2세대 실손에 비해 4세대 실손이 보험료가 싸고 혜택도 부여됐지만 4세대 실손으로 전환하는 것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받을 수 있는 보장 측면에서 1~2세대 상품이 월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이날 약관 변경이 불가능한 이들 1세대와 초기 2세대 가입자의 계약을 재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에게 일정한 돈을 주고 기존 1~2세대 계약을 해지시킨 뒤 5세대 실손에 다시 가입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과연 얼마를 줘야 만족할만한 수준의 전환이 이뤄질지 계산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의미있는 전환율이 나오려면 상당한 금액을 줘야하고, 보험사 입장에서 합리적이라고 보는 금액을 제시하면 전환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최적의 금액을 계산하는 데만 최소 6개월 최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재매입 금액을 얼마로 하느냐는 각 보험사의 회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단히 예민한 작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국은 재매입 효과를 평가해 필요하다면 1~2세대 가입자의 약관 변경을 강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는 더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본다. 해당 가입자들 대다수가 “보험사들 좋은 일 시키려고 법 바꾼다”고 반대할 게 뻔해 표에 예민한 정치권이 이를 추진하기가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편 2017년 4월부터 판매된 3세대 실손은 재가입 주기가 15년이고, 2021년 7월부터 판매된 4세대 실손은 5년이다. 계약자는 해당 주기가 도래하면 현행 세대 보험으로 전환하든지 계약을 해지하든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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