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9일 2025 상반기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이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연 2025 상반기 VCM은 신동빈 회장이 주재하고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 및 각 계열사 대표와 실장급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신 회장은 “지난 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라면서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외부 환경이 아닌 우리 핵심사업의 경쟁력 저하”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게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헤리티지(유산)가 있는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촉구했다. 나머지 사장들도 평소보다 말을 아꼈다.
신 회장은 특히 “과거의 연장선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목표를 수립하는 기존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도전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국내 경제, 인구 전망을 고려했을 때 향후 그룹의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개척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신규 글로벌 사업을 모색할 것을 당부했다. 이를 위해 해외 시장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차별화된 사업 전략을 수립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춰 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신 회장과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내부 사무실에서 회의장으로 이동하며 외부와 접촉을 피했고 신유열 부사장은 오전 11시께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에 입장했다.
회의에서는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한 자구안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매각은 지난해 말 본입찰을 실시했으나 점포 위치가 지구단위계획 상 주거시설이 아닌 상업시설만 들어설 수 있어 의미 있는 입찰자가 1~2곳에 불과했다. 입찰자들은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될 때까지 롯데백화점이 계속 임차하기를 요구하고 있으나 백화점 내부 일각에서는 매각을 뒤로 미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롯데백화점 일산점 역시 재개발을 원하는 인수의향자와 롯데 측의 명도조건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캡스톤자산운용이 펀드로 보유했던 롯데백화점·마트 부산 동래점 등 5개 점포는 일부 점포만 인수의향자가 붙어 통매각이 어려워지면서 리파이낸싱을 통해 매각 시점을 뒤로 미뤘다. 그 밖에 호텔롯데의 지방 호텔 매각은 호텔업계 전반적으로 매물이 쏟아지고 인수의향자들이 롯데의 서울 소재 호텔에만 관심을 보이면서 진행이 사실상 멈춘 상태다. 다만 호텔롯데는 롯데렌탈 지분 56.2%를 업계 예상보다 높은 1조 6000억 원에 매각하기 위해 홍콩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한숨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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