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최대도시 로스앤젤레스(LA)를 강타한 대형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 중인 가운데 각계 저명 인사들의 저택도 화마를 피하지 못했다. 방송인 겸 사업가 패리스 힐튼의 저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가족이 사는 저택이 산불에 휩싸여 전소됐다.
9일 패리스 힐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서 생방송 뉴스로 말리부 해안에 있는 자신의 집이 불타 없어지는 것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앉아 뉴스를 보고 말리부에 있는 집이 생방송으로 불타버리는 걸 보는 건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방송 화면을 녹화한 영상을 올렸다. 공개된 영상에는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뒤 별장 잔해만 남아있는 모습이 담겼다.
힐튼은 이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아프다"며 "이 집은 우리가 소중한 추억을 많이 쌓은 곳이다. 피닉스가 첫 발을 내디딘 곳이고, 런던과 평생의 추억을 쌓는 것을 꿈꿨던 곳"이라고 했다.
힐튼은 또 "상처가 엄청나지만, 저는 제 가족이 안전하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며 "이 화재로 피해를 입은 모든 가족에게 마음과 기도를 전한다"고 전했다.
힐튼 부부는 2021년 6월 840만 달러(한화 122억2788만원)에 해당 맨션을 매입했다. 힐튼은 주로 베벌리힐스에 거주하기 때문에 가족의 주거지가 아니라 휴가용 주택이다.
이날 AP 통신,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가족이 사는 말리부의 420만 달러(약 61억 원)짜리 주택도 이번 화재로 전소됐다.
헌터 바이든은 아내와 함께 바다가 보이는 스튜디오가 딸린 이 집에 살면서 그림을 그려 생활비를 충당해 왔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피해현장 인근인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를 찾아 기자회견을 한 자리에서 "내 아들이 부인과 함께 이곳에 산다. 그들은 어제 집이 아마도 전소했을 것이란 통지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데일리메일은 1000채가 넘는 주택이 불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할리우드 배우 앤서니 홉킨스와 존 굿맨, 마일스 텔러 등 다수 유명인이 상당한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로스앤젤레스 발생한 대형 산불은 강풍을 타고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8일 오전 10시 LA 해안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산불로 1만1800 에이커 이상이 불에 타고 최소 1000개 이상의 구조물이 파괴됐다. 이날 저녁 LA의 명물 할리우드 사인이 세워진 할리우드 힐스 인근에도 불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인근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불은 할리우드 대로에서 불과 수백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으며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상황을 감안해 '선셋 파이어'(Sunset Fire)라는 이름으로 분류됐다.
캘리포니아 소방 당국은 750명 이상의 소방관이 화재에 대응하고 있으나 화재 진압을 전혀 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LA 산타모니카 소방서를 방문해 산불 현황을 보고받고, 캘리포니아를 중대 재난 지역으로 선포한 뒤 국방부에 추가 소방 인력과 자원을 신속히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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