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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열쇠’ 단백질 정복할까…60만명 동원 세계 최대 프로젝트 착수

영국 바이오뱅크 주도

화이자·노보노디스크 등 빅파마 참여

질병-단백질 관계 데이터베이스化

알파폴드 등 AI 성능 가속화 전망

‘알파폴드’를 활용한 단백질 구조 예측 결과. 사진 제공=구글 딥마인드




인류가 암·치매 등 난치병 치료의 비밀을 담은 단백질을 정복할 길이 열렸다. 세계 최대 유전정보 보관소와 화이자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이 모여 피실험자 60만 명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단백질 분석 연구를 시작하면서다. 각종 신약 개발을 이끌어내는 것은 물론 지난해 노벨화학상 주인공인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 같은 단백질 분석 인공지능(AI)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영국 바이오뱅크는 피실험자 총 60만 명의 혈액 샘플에서 최대 5400개의 단백질 관련 데이터와 질병과의 관계를 분석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한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앞서 채취한 50만 명의 샘플에 앞으로 15년 간 10만 명의 샘플을 더해 총 60만 명 규모다.

바이오뱅크는 앞서 50만 명의 유전자 정보를 가진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전정보 보관소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유전자를 넘어 단백질 분야에서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 GSK, 존슨앤드존슨, MSD, 노보노디스크, 화이자, 구글의 신약 개발 계열사 아이소모픽스랩스 등 14개 빅파마가 컨소시엄을 이뤄 자금 지원을 통해 연구에 참여한다. 전체 사업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처음 30만 개 샘플 분석에만 수천만 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다.



바이오뱅크는 2023년 10월 5만 4000명의 피실험자로부터 3000개의 단백질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파일럿 프로젝트(시범 사업)을 진행한 바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그 규모를 10배가량으로 확대한다. 파일럿 프로젝트로 1만 4000건 이상의 단백질 수치와 유전적 변이 간 연관성을 규명했으며 이를 통해 심혈관 질환, 파킨슨병 등의 신약 개발 연구에 기여했다.

전 세계 주요 기관과 기업들이 손잡고 단백질 연구에 전폭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단백질이 신약 개발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연구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다양한 아미노산 분자들의 결합에 따라 다양한 구성과 구조를 가진다. 그 종류에 따라 몸속에서 성장과 유지, 호르몬 분비나 억제 같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들을 구현한다. 특정한 단백질에 문제가 생기면 그에 대응하는 기능이 떨어져 질병이 발생한다. 단백질 이상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되돌릴 물질을 찾는 것이 신약 개발의 첫걸음이다.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받은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수석연구원, 데이비드 베이커 워싱턴대 생화학과 교수는 각각 이 같은 단백질 분석에 특화한 AI 모델 알파폴드와 ‘로제타’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 역시 AI 도입을 통한 단백질 분석 연구 혁신을 과학계의 핵심 트렌드로 평가한 것이다. 실제로 알파폴드와 로제타는 수개월에서 길면 수년까지 걸리던 약물 발굴 작업을 며칠 단위로 단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바이오뱅크의 프로젝트 역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AI 모델 개발과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바이오뱅크는 강조했다. 이 같은 중요성에 우리 정부도 2035년까지 단백질 구조 예측 AI 등 단백질 설계 기술을 포함한 전략기술을 확보하는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를 마련해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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