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이자 4개 개혁 중 하나인 연금개혁이 사실상 이번 정부에서 좌초됐다. 보건복지부가 2025 주요업무 추진계획에서 연금개혁 국회 논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연금개혁에 대한 정치적 관심과 동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가장 좋은 개혁은 가장 빠른 개혁이다”면서 “국민연금 개정안을 보면 보험료율 13% 인상에 대해서 공통적인 공감돼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차관은 “여야 의원을 만나 뵙고 빠른 시일 내에 연금개혁을 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면서 “금년이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차관의 희망과 달리 최근 계엄·탄핵 정국으로 여야 간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국회에서 연금 개혁 논의는 사실상 중단 위기에 놓였다. 대통령 탄핵안 인용시 2025년 조기 대선, 2026년 지방선거,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 등 선거 일정이 잇따라 예정돼 있어 표에 도움되지 않는 민감한 주제인 국민연금 개혁안을 논의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국민연금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미래 세대 부담을 줄이기 위해 21년 만에 국민연금 개혁 단일안을 발표했다. 이에 여야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는 것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에 이견을 보이면서 본회의 통과는 무산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와 예산심의에다 탄핵 정국까지 휘몰아친 데다, 올해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놓고 여야가 극심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 이견을 좁힐 논의의 장조차 마련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포함된 기초연금 지급액 인상도 고령화 속도가 빨라 재정 감당이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인 2.3%만큼 기초연금 지급액을 인상한 데 이어(33만 5000원→34만 2510원) 내년에 노인 소득 하위 50%에게 월 40만원을 주고, 2027년에는 노인 수급자 전체에게 월 40만원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한국의 고령화율 속도가 매우 가팔라 25년 뒤인 2050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를 넘을 거란 예측까지 나오는데 기초연금 지급액을 계속 늘리고 수급 대상자를 유지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 기초연금 수급자 651만명에서 2070년에 1223만명까지 지금보다 약 2배 늘어나면서 재정 지출도 217조 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 때문에 미래 세대의 재정 지출 부담을 고려하면 KDI의 주장처럼 노인가구 중 취약층만 집중 지원하고,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하는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복지부의 신년 업무추진 계획에는 구조개혁과 취약층 선별지원안이 모두 빠져있다. 다만 정부도 기초연금 수급대상자 축소 등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2050년쯤 되면 청년 4명이 어르신 3명을 돌봐야 한다”며 “구조개혁이 과제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결정해야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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