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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돌 4분 전부터 기록 중단된 사고기 블랙박스…“셧다운 가능성”

FDR·CVR 모두 사고 직전 4분간 기록 없어

전원 공급 중단 추정…사고 조사 장기화 불가피

유가족 “12·29 제주항공 참사가 사 공식명칭”

11일 소방대원들이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 인근에서 수색 작업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12·29 제주항공 참사 사고기에서 수습한 블랙박스 2종 모두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에 충돌하기 직전 4분간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기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겪고 조종사가 조난 신호(메이 데이)를 외쳤을 즈음부터 기록이 없는 것이어서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는데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양쪽 엔진 모두에 이상이 생기면서 전원이 중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11일 “분석 결과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 모두 항공기가 충돌하기 직전 4분간 자료 저장이 중단된 것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CVR은 조종실 내 음성을, FDR은 비행 속도·고도 등 운항 관련 정보를 기록하는 블랙박스다. 사조위는 “CVR과 FDR이 중요한 자료인 것은 맞지만 항공기 사고는 이 외에도 다양한 자료 조사와 분석을 통해 이뤄진다”며 “(블랙박스에) 자료가 저장되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고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사조위는 정확한 분석을 위해 두 블랙박스를 미국으로 가져가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합동 조사를 실시했다. FDR의 경우 저장 장치와 전원 장치가 분리된 채로 발견돼 한국에서 자료를 추출하는 작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CVR 음성 자료는 한국에서 추출해 녹취록 작성을 마쳤으나 마지막 4분간의 기록이 확인되지 않아 FDR과 함께 미국에서 추가 분석 절차를 거쳤다.

기록이 사라진 4분은 12·29 제주항공 참사에서 사고기에 문제가 생긴 시각과 거의 일치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사고 당일 오전 8시 57분께 무안국제공항 관제사는 착륙을 시도하던 사고기에 조류 충돌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후 8시 59분께 사고기 기장은 조난 신호(메이 데이)를 외치며 복행(고 어라운드)을 통보했다.



복행은 착륙하던 항공기가 활주로에 안착하지 않고 다시 고도를 올린 뒤 한 바퀴 돌아 다시 착륙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복행 시에는 당초 착륙하려던 활주로와 같은 곳에 재시도하지만 사고기는 첫 시도(01활주로)와 반대 방향인 19활주로로 동체 착륙했다.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를 벗어난 사고기는 오전 9시 3분께 콘크리트로 구성된 방위각 시설 지지대와 부딪혔다.

10일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 마지막 날 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블랙박스 기록이 중단된 것에 대해 사고기의 엔진 2기가 거의 동시에 기능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블랙박스는 기체로부터 전원을 공급받는데 모든 엔진이 멈추면 전원 공급이 끊기기 때문이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두 엔진이 모두 작동하지 못해 발전기가 멈춘 것으로 보인다. 굉장히 드문 일”이라며 “항공기에는 전원 중단시를 대비한 보조 전원 장치(APU)가 있는데 작동시킬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보조 정원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객실 내부에도 전원이 공급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블랙박스 자료가 없으니)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항공기 보조 전원 장치 외에도 블랙박스에 비상용 배터리를 장착하는 방법이 있지만 사고기에는 관련 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토부와 참사 유가족은 사고의 공식 명칭으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사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무안공항 참사로 부르는 것은 특정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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