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을 맡게 된 대한민국이 계엄·탄핵 등 어지러운 정국에 대한 외부 우려 달래기에 나섰다. APEC이 초당파적 지지를 받는 만큼 하반기 경주에서 열릴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한편, 빅테크 고위 관계자들도 초청해 ‘디지털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 각지에 알리겠다는 각오다.
윤성미 APEC 고위관리회의 의장은 10일(현지 시간) 실리콘밸리 특파원단과 만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미국 APEC 센터(NCAPEC) 연례회의에 참석해 APEC 정상회의 준비 현황을 소개하고 미국 기업 관계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APEC은 회원국 간 정책 조율뿐만 아니라 민간과의 협력을 중시한다. 매년 정상회의 계기로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와의 대화와 CEO 서밋이 개최할 만큼 기업과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아마존·JP모건·비자 등 40여 개 기업이 회원사로 참여 중인 NCAPEC은 미국 주요 기업들과의 연계를 통해 APEC에 산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윤 의장은 “그간 미국 기업계에서는 올해 한국이 선정한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주제 및 중점과제에 관심을 보여왔고 빅테크는 디지털 강국인 한국이 관련 논의를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해왔다”며 “이번 라운드테이블에서 관련 문의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고 미국 기업 대표들도 10월 개최될 정상회의에 높은 기대감을 전했다”고 했다.
10월 말 경주에서 열릴 올해 APEC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시진핑 중국 주석 간 회담이 성사될 수 있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시 주석은 2013년 집권 이후 매년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왔다. 중국은 차기 APEC 의장국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는 계엄과 탄핵 등 어지러운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 정상회담에 앞서 연중 200여 개 회의가 전국 각지에서 개최되는 만큼 치안에 대한 우려가 따를 수밖에 없다. 윤 의장은 “APEC 2025는 국내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으며 정부 또한 회의를 차질없이 개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APEC은 1989년 출범 당시 한국을 포함한 12개 창설 회원국으로 시작해 현재는 21개 회원국이 참여, 세계 인구 37%와 GDP의 약 61.4%를 포괄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 협력체로 자리 잡았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열린 비공식고위관리회의(ISOM)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의장국 활동에 들어갔다. 2월 말에는 경주에서 제1차 고위관리회의 및 산하협의체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