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플립칩볼그리드어웨이(FC-BGA)를 올해 양산한다. 또 다른 차세대 사업인 유리기판 역시 올해 말 첫 시생산에 착수하는 등 인공지능(AI) 훈풍을 타고 업역 확장이 본격화하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는 12일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올해 내 북미 반도체 빅테크를 대상으로 한 FC-BGA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FC-BGA는 AI 연산, 고성능컴퓨팅(HPC) 등에 필요한 고성능 기판으로 LG이노텍이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한 분야다. 삼성전기, 이비덴 등 기업에 비해 시장 진입이 늦어 속도감 있는 양산 돌입이 중요한 상황이다.
여타 글로벌 빅테크와의 추가 계약도 초기 협의 단계를 밟고 있다. 그는 “북미 빅테크와의 경험을 토대로 볼 때 양산까지 가기 위한 양산에 약 1년 정도가 들더라”며 “현재 다른 글로벌 빅테크와 논의에 착수했으니 빠르게 개발이 진행되면 올 연말 사업 방향이 구체화되고 이르면 내년 초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후발주자인 LG이노텍의 생산능력(캐파)은 경쟁사 대비 아직 미약하다. LG이노텍은 향후 사업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증설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문 CEO는 “업체 한 군데의 계약만으로도 한 2~3년만 지나면 전체 캐파를 차지할 정도로 전 세계 GC-BGA 캐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다”며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빅테크와 논의가 구체화되면 증설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FC-BGA 등 신사업에서 추격자 위치인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 등 생산 과정에서 쌓아 온 자동화 노하우를 무기로 내세웠다. 회사는 비용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 경쟁사에 대응해 비용 경쟁력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베트남, 국내 공장 자동화에 막대한 설비 투자를 진행해 왔다. 문 CEO는 “카메라 사업을 강화해오면서 경쟁력 요소로 축적해 온 게 바로 스마트 팩토리화다”며 “FC-BGA에도 이러한 방식의 투자를 단행했으며 수년이 지나 효과가 발휘되면 사람이 훨씬 덜 들어가고 수율은 훨씬 높은 그런 공장 시스템을 갖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회사의 또다른 신성장 동력 유리기판과 휴머노이드용 부품 사업도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특히 유리기판은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제품 양산이 시작된다. 문 CEO는 “2~3년 후에는 통신용 반도체 분야에서 유리기판이 쓰이기 시작하고 보다 고성능인 서버용도 대략 5년 후에는 유리 기판이 주력으로 사용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초거대 AI와 함께 빠르게 성장 중인 휴머노이드 분야 역시 로봇의 눈이 되는 카메라모듈 영역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협력 중이라고 밝힌 파트너사 14곳 중 절반 이상과 휴머노이드 관련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는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은 사업에 기회 요인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카메라 쪽에서 중국산을 쓰려던 유럽·미국 업체들이 우리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고 멕시코 공장에서 이를 커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고관세가 예상되지만 관세를 25%로 매기더라도 멕시코 생산이 차라리 싸다”며 “앞으로 이러한 흐름에 맞춰 멕시코 생산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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