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내 차세대 리더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양택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한앤컴퍼니에 팔기로 한 자회사 SK스페셜티 수장도 맡게 됐다. SK가 외부로 매각하는 회사에 촉망 받는 경영진을 보냈다는 점에서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페셜티는 지난해 말 이사회를 열고 김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대표의 임기는 3년으로 올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월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 사장은 이로써 양사 CEO를 겸직하게 됐다.
SK㈜는 지난달 23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SK스페셜티 지분 85%를 국내 사모펀드(PEF) 한앤코에 총 2조7000억 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거래는 자금 납입을 거쳐 올 6월 13일 전까지 모두 마무리 할 계획이다. 김 사장이 직접 딜 클로징까지 챙기는 것이다.
IB 업계는 이번 김 사장의 겸직을 SK·한앤코 간 끈끈한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본다. SK와 한앤코는 이번 스페셜티 매각을 포함해 SK해운, SKC 산하 사업부 매각 등 지금까지 총 8번의 인수·합병(M&A) 거래를 이어왔다. 이 같은 상호 신뢰 관계를 통해 차기 경영진을 선제적으로 선임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가 올해 스페셜티의 경영 성과에 따라 매각 대금을 더 받게 된다는 점도 김 사장의 겸직 배경으로 보인다. SK는 스페셜티의 2025년 경영실적에 따라 최대 850억 원의 언아웃(Earn Out) 대금을 지급 받기로 한앤코와 계약했다. 또 거래 종결 이후에도 신사업 양산 매출 발생에 따라 680억 원의 언아웃을 추가 지급 받을 수도 있다.
1975년생인 김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증권사 에너지·화학 애널리스트로 업계 첫 발을 디뎠다. 2012년 SK이노베이션으로 적을 옮겼고 2년 후 SK㈜로 이동했다. SK㈜에서는 요직을 두루 거치며 2021년 신사업의 밑그림을 그려 투자를 단행하는 첨단소재 투자센터장까지 역임했다.
김 사장은 특히 2016년 SK㈜의 OCI머티리얼즈 인수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 SK머티리얼즈를 지주·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지주사와 SK㈜의 합병 작업을 지휘했다. 김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현 SK머티리얼즈가 SK㈜ 내 CIC(Company In Company) 헝태로 존재하는 배경이다. 또 당시 분할 된 사업회사는 현 SK스페셜티로 사명을 변경했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김 사장은 첨단소재 전반의 높은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춘 전문 경영인으로 스페셜티 책임 경영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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