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경제 불확실성과 대출 규제 여파로 새해 부동산 매수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부진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급매 위주로 거래가 되면서 평균 매매가격이 1년 9개월 만에 10억 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도 실거래가가 1억~2억 원 하락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이 대출 규제, 정치 리스크로 당분간 약보합세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금액은 전날 기준으로 9억 9518만 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1억 3228만 원과 비교하면 1억 3700만 원 이상 줄었다. 서울 아파트 평균 거래 금액이 10억 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2023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물론 1월이 적지 않게 남아있고 향후 거래에 따라 10억 원대를 회복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에 탄핵 사태까지 겹쳐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어든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급매 위주로 거래되고 강남권으로의 ‘상급지 갈아타기’ 수요까지 감소해 평균 거래액도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대출 규제에 민감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아파트들은 실거래가 하락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원구 상계주공7단지 전용면적 41㎡는 지난해 7월 5억 1000만 원에 손바뀜됐지만 올 1월에는 4억 7500만 원에 거래돼 실거래가가 3500만 원 떨어졌다.
강남권은 호가가 여전히 높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매수 수요 위축 등으로 실거래가가 하락하는 단지가 나오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는 지난해 12월 말 40억 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 초 42억 2000만 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 원 이상 낮다. 대치동 개포우성 1차 127㎡도 이달 43억 원에 팔렸는데 지난해 11월 최고가보다 1억 5000만 원 하락했다.
대치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가 집값이 한창 오르던 지난해 7~8월보다는 확실히 줄었고 이에 거래가 성사되더라도 직전 최고가보다 1억~2억 원 낮은 가격에 체결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며 “다만 대다수 집주인은 호가를 내리지 않고 있어 강남권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에 따른 불확실성 지속으로 서울 집값도 당분간 약보합세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도강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외곽 지역 위주로 하락세를 보이고 강남권 및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는 관망세가 나타나며 이전보다 낮은 가격 매물 위주로 거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주간 단위로 발표하는 서울 아파트값이 조만간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최근 2주 연속 보합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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