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공공기관장 임기 연동제가 또다시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여야 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데다 향후 셈법이 달라지면서 논의가 사실상 멈춰선 것이다.
1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 339곳 중 104곳의 기관장 임기가 만료됐거나 올 1분기 만료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30곳(8.8%)은 임기 만료된 기관장의 퇴임으로 기관장이 공석이다. 또 40곳(11.8%)은 임기 만료된 기관장이 후임자 부재로 인해 기관장 직무를 이어가고 있다. 34곳(10.0%)은 1분기에 기관장의 임기가 종료될 예정이다.
기관장 선임이 지연되는 것은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 말기 공공기관장에 대한 ‘알박기 인사’에 나서거나 정권의 철학과 배치하는 인사들이 정해진 임기를 고집하면서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김종호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3년 임기 만료 이후에도 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정권 교체기마다 공공기관장 인사를 두고 각종 잡음이 쏟아지는 것이다.
야당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공공기관장 임기 연동제를 22대 국회에 발의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공공기관장 임기 단축(3년→2년+1년 연임)’과 ‘임명한 대통령의 임기와 기관장 및 임원 임기를 통일’하는 내용의 공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박수영 의원도 지난해 11월 유사한 취지의 공운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치권 움직임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여파로 ‘올스톱’된 상황이다. 정권 교체 가능성 등으로 야당 측은 공운법 개정 대신에 공석인 공공기관장을 정권 탈환 이후 임명하겠다는 움직임이 강해진 것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최근 탄핵 정국을 틈타 공공기관 인사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온 후로 미루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정부도 주춤한 상황이다. 정부는 국가적 과제 수행 등을 위해 소규모 기관장의 임명이라도 진행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지만 ‘알박기 인사’ 우려로 사실상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및 준정부 기관의 장과 대통령과의 임기 연계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부 교체 시기마다 기관장을 일괄 교체하면 행정 비용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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