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이 발표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상황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은 다수 포함돼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에너지부가 발표한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보조금 지급 대상 중 순수 전기차는 총 24개 모델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국내 제조사의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델은 21개로 87.5%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보조금 지급 대상이 지난해 42개 전기차 모델에서 올해 24개로 줄면서 국내 배터리를 공급받는 전기차 모델도 39개에서 21개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여부는 공급 확대 등 시장 판로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전방 시장인 전기차 수요가 뒷받침돼야 충분한 물량의 배터리 공급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에 달하는 전기차 보조금은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낮춰 수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SK온은 미소를 짓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5개 모델(아이오닉5·9, EV6·9, GV70)이 보조금 지급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다.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에서 12만 3861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테슬라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전년 대비 31.3% 판매 성장을 이루며 전기차 시장에서 선전했다. 올해에는 주요 전기차들이 보조금까지 받게 되면서 배터리 공급사인 SK온도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온 배터리를 쓰는 포드의 전기 픽업트럭 F-150(3개 모델)도 보조금 대상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올해 한숨을 돌렸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13개 모델로 가장 많다. 미국 전기차 1위인 테슬라뿐만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캐딜락 브랜드의 주요 전기차들이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테슬라의 모델3와 모델Y, 쉐보레 이쿼녹스·블레이저·실버라도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SDI의 표정은 어둡다. 올해에는 삼성SDI 배터리로 구동하는 전기차가 단 1대도 없다. 지난해 3750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던 리비안 전기차(12개 모델)가 새해 들어서는 전부 제외된 탓이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조금 부재는 리비안의 가격 경쟁력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SDI 원통형 전지의 주 고객사가 리비안인 점을 감안하면 소형 전지 출하량 회복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삼성SDI는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스텔란티스와의 배터리 합작 공장을 조기 가동하며 미국 현지 생산에 착수했다. 스텔란티스의 주요 전기차들이 추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SDI 현업 부서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빠진 원인을 파악하고 추후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