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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저성장 복합위기…정치폭주 끝내고 국가비전 세워야"

[미래를 위한 정치정상화] <4·끝> 시급한 경제시스템 복원

트럼프 2기·1%대 성장 최악상황

여야협력 정치리스크 해소 급선무

반도체지원법도 신속 처리 필요

석유화학 등 구조조정 서두르고

산업정책 통해 구조혁신 나서야

지난해 12월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옥포조선소 직원들이 야간에도 조명을 밝히며 선박 건조를 하고 있다. 거제=오승현 기자




“일방적 정치 폭주의 시대를 종결하고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통해 미래 중장기 국가 비전 수립을 서둘러야 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산업연구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한국노동연구원 등 국내 5대 경제연구원장은 12일 ‘미래를 위한 정치 정상화’에 대한 방안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한국 경제는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1%대 성장이라는 유례없는 혼란의 시기를 맞았다. 수출이 둔화하는 가운데 내수 침체와 투자 위축이 장기화하고 고환율에 물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정치 위기가 지속되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는데도 야당에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줄탄핵 같은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초유의 저성장 복합 위기인 만큼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주요 산업의 경쟁력이 지속 저하하면서 잠재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지는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치권이 앞장서서 미래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반도체지원법 등을 신속 처리하고 경제 시스템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두봉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역시 “탄핵 정국을 조속히 마무리해 대내외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며 “정치권에서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저출산·고령화 등 사회구조적 과제에 대응한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성장과 일자리 등 모든 측면에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과거 5년 전보다 악화했다”며 “정치권의 행정부 수반 줄탄핵으로 인해 기업들의 신년 투자 계획 수립까지 수정하도록 할 상황을 맞았는데 한국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정치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장선에서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산업 지원책을 입안하고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는 게 국내 주요 경제연구원장들의 조언이다. 국가 리더십이 부재한 가운데 ‘퍼펙트스톰’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여야 구분 없이 경제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최근 수년간 주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상법 개정 등 기업 환경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에 대한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세계 각국이 국가 안보·전략의 관점에서 첨단산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는데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경쟁국 수준 이상의 투자·지원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권 원장은 “중국과의 기술 경쟁은 예견된 미래였음에도 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의 기업이 면밀하게 대응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정부가 산업 정책을 펴서 선도적으로 구조 혁신을 이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역시 “대미·대중 통상 문제 등 단기적 현안 대응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 기술 포착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2기 출범과 관련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언한 보편관세 부과와 관련해 설득 가능한 논리로 수출 확산세를 이어가야 한다는 제언도 내놓았다. 한 원장은 “한국의 대미 교역은 흑자이지만 농업 부문은 적자라는 점 등을 방어 논리로 세워 K푸드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를 받도록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원장 역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분야에서 우리가 수입을 늘리고 우리 전략산업은 수출을 이어가는 형태의 협상이 중요하다”며 “미국의 공급망 재편 등에도 적극 참여해 국익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중국이 무역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에는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나왔다. 한 원장은 “중국의 저가 밀어내기 수출품에 대해 반덤핑 제재를 가해야 하는데 우리 정부가 제대로 대응 못 하고 있다”며 “건전한 무역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무역 규범하에서 적절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치솟은 환율에 대해서는 원화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이 급선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권 원장은 “환율은 주가로 따지면 한 나라의 기대 수익률인데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원화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환율은 곧 1300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원장은 “정부가 통화 스와프 활용 등으로 대외 신인도를 확충하는 동시에 펀더멘털 강화를 위해 경제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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