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형 전기승용차에 대한 친환경 인증 기준을 완화한다. 이에 대형 전기차를 구매하면 개별소비세를 최대 300만 원까지 감면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화재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주춤해진 국산 전기차 수요를 되살리겠다는 정책 취지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요건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대형 전기승용차의 친환경차 인증 기준을 별도로 두고 이를 충족하기 위한 에너지소비효율 요건을 완화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현재 전기승용차는 중대형 관계없이 에너지소비효율이 3.7㎞/㎾h 이상 돼야 친환경 전기차로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서는 전기승용차를 축간거리(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간 거리) 3050㎜를 기준으로 중형과 대형으로 구분하고 대형 전기승용차는 3.4㎞/㎾h만 충족하면 친환경 차량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축간거리 3050㎜ 미만인 차량은 앞으로 4.2㎞/㎾h 이상이어야 친환경차 인증을 받도록 기준이 강화된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친환경 인증 차량을 산 고객은 개별소비세를 최대 300만 원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개소세 감면 폭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 감면과 최대 140만 원까지 취득세 감면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올해 출시 예정인 현대 아이오닉9과 기아 EV9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출시되는 현대차의 아이오닉9과 기아의 EV9은 축간거리가 각각 3130㎜와 3100㎜로 새 규정에 따라 대형 전기차(3050㎜ 이상)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이들 차량이 대형 전기승용차의 새 에너지소비효율 기준(3.4㎞/㎾h)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차량 가격이 정부의 기준보다 높아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수입 전기차 업체 입장에선 비교적 불리한 조건을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수입 전기차의 경우 국내차보다 대체로 축간거리가 길어 중형차로 분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3년 5월 친환경 인증을 받은 테슬라의 모델X 플레이드(Plaid)는 축간거리가 2965㎜인데 에너지소비효율이 3.8㎞/kWh로 새 기준에 따라 친환경차 지위를 뺏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8월 출시된 포르쉐 타이칸 터보도 축간거리가 2900㎜로 중형차로 분류될 예정인 반면 에너지소비효율은 3.7㎞/kWh여서 바뀐 규정으로는 친환경차에서 빠질 공산이 크다. 한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대형 전기차 소비를 촉진하는 측면과 더불어 비슷한 크기의 외국산 전기차를 견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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