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004690)를 상대로 주주행동주의를 펼쳤던 미국 투자사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삼성그룹의 보안 전문 계열사인 에스원(012750) 지분 5%를 취득했다. 브랜디스는 ‘단순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매입했다고 공시했지만 언제 ‘경영 참여’로 바꿀지 모른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13일 브랜디스는 에스원 지분 5%를 취득했다고 이달 10일 공시했다. 브랜디스의 기존 에스원 지분율은 4.99%로 ‘5%룰’을 피하고 있었다. 그러나 3일 기준 0.01% 지분을 추가 취득하면서 5% 공시 의무를 지게 됐다. 브랜디스는 1974년 설립된 미국 뮤추얼 펀드로 국내에서는 삼천리 주주행동을 시작으로 빙그레와 남양유업에 5% 지분 공시를 하기도 했다. 남양유업 투자에서는 50%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5%룰은 개별 종목 지분이 5%를 넘은 주주에게 공시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인한 경영권 위협에 합리적으로 대응하고 시장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업계에서는 브랜디스의 5% 공시 이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삼천리 때처럼 단순 투자 목적으로 있다가 주주총회를 앞두고 깜짝 주주 제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브랜디스는 2015년 처음 삼천리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후 3년 동안 단순 투자자로 머물다 2018년 2월에 돌연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로 전환했다. 3월 주총을 한 달 앞둔 때였다. 삼천리 3대 주주였던 브랜디스는 기관투자가·소액주주와 연대해 삼천리 측에 배당금 증액, 자사주(지분율 12.1%) 소각, 액면분할 등을 요청했다. 당시 삼천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1배로 극도로 저평가된 상태였다.
당시와 현재 증시 상황, 투자자 인식이 많이 달라진 만큼 삼천리와 에스원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브랜디스가 이번에도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에스원의 자사주 지분율은 11.02%에 달해 소각 시 시장 유통 주식 수 감소에 따라 주당 가치 상승으로 주가 재평가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금성 자산만 6000억 원으로 배당 여력도 충분하다. 여기에 3년 가까이 6만 원 선에 갇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에스원 주가가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스원의 소액주주 비중이 30%를 넘는다”며 “브랜디스가 주주 환원 제고와 관련한 안건을 들고 나설 경우 소액주주가 호응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총 표 대결이 벌어질 경우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5.96%)과 피델리티(5.50%)가 쥘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원의 주주 구성을 보면 보면 최대주주 세콤(25.65%)을 필두로 삼성SDI(11.03%), 삼성생명(5.34%)이 총 42.02%의 지분을 들고 있다. 브랜디스와 소액주주가 들고 있는 지분은 약 4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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