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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확률 뚫은 18m 칩인 이글…‘미스터 클러치’ 테일러

PGA 소니 오픈 최종

2타 열세서 마지막 홀 이글 ‘쏙’

연장선 버디-버디로 통산 5승

2년 전 22m 퍼트 등 연장불패

닉 테일러가 13일 소니 오픈 4라운드 18번 홀에서 칩인 이글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 선수 닉 테일러(37)의 골프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최근 3년간 매년 1승씩을 올렸는데 3승이 전부 연장 승리다. 결정적인 클러치 샷이나 퍼트는 하나같이 스포츠 영화의 하이라이트처럼 짜릿하다.

13일(한국 시간) 미국 하와이주 와이알레이CC(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 오픈(총상금 870만 달러) 최종 4라운드. 우승자는 누가 봐도 챔피언 조의 J J 스폰(미국) 아니면 슈테판 예거(독일)일 것 같았다. 테일러는 마지막 18번 홀(파5·546야드) 세 번째 샷을 앞두고 14언더파 4위였다. 이때 두 홀을 남긴 스폰이 16언더파 단독 선두, 예거는 15언더파 공동 2위였다.



‘미스터 클러치’ 테일러의 칩 샷 하나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그린 밖 왼쪽 뒤편에서 친 세 번째 샷이 그대로 들어가 버린 것. 핀까지 18m 거리 중 절반을 떠서 간 공이 남은 절반은 이상적인 세기와 방향으로 굴러 홀로 쏙 숨었다. 테일러의 포효와 함께 리더보드 최상단에 그의 이름이 스폰과 함께 자리했다.

이후 스폰은 17번 홀(파3) 벙커 샷 실수로 1타를 잃고 18번 홀에서 파에 그치면서 예거와 함께 15언더파 공동 3위에 그쳤다. 16언더파를 적은 테일러와 니코 에차바리아(콜롬비아)의 연장 승부. 첫 번째 연장은 나란히 버디를 잡아 비겼고, 다시 18번 홀에서 진행된 2차 연장에서 승부가 갈렸다. 1차 연장에서 상대보다 먼 거리에서 버디를 넣은 테일러는 이번에는 세 번째 샷을 딱 붙여 손쉽게 버디를 잡으면서 3퍼트로 파에 그친 통산 2승의 에차바리아를 따돌렸다. 통산 5승째로 우승 상금은 156만 6000달러(약 23억 원).

PGA 투어 측에 따르면 테일러가 18번 홀 티잉 구역에 섰을 때 우승 확률은 불과 0.4%였다. 0.4%를 100%로 바꾸는 데는 연장까지 세 홀이면 충분했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닉 테일러. AP연합뉴스


연장에서 퍼트를 놓친 뒤 아쉬워하는 니코 에차바리아. AP연합뉴스


18번 홀은 테일러에게 약속의 홀이 됐다. 2·3라운드에도 버디를 잡았고 이날은 연장 포함 이글·버디·버디로 마무리했다. 4라운드 7번 홀까지 1타를 잃고 있던 테일러는 8~11번 홀 4연속 버디로 기회를 살린 뒤 18번 홀 이글을 발판 삼아 반전 드라마를 썼다. 15·16번 홀에서 쉬운 버디 퍼트를 연속으로 놓쳤는데 마지막 홀에 전부 만회했다.

데뷔 해인 2014년에 첫 우승을 했지만 2승까지 5년 넘게 기다려야 했던 테일러는 2023년부터는 매년 1승씩을 챙기고 있다. 2023년 캐나다 오픈 4차 연장에서 22m 장거리 이글 퍼트를 넣었고, 지난해 2월 피닉스 오픈에서는 두 차례 연장을 포함해 마지막 6개 홀에서 버디 5개를 쓸어 담으며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날 스릴 넘치는 드라마의 세 번째 에피소드를 완성하면서 테일러는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냈다. 73위였던 세계 랭킹도 29위까지 끌어올렸다.

테일러는 최종 라운드를 톱5로 맞은 게 이날까지 여섯 번밖에 없는데 그중 네 번을 우승하는 승부사 기질을 뽐냈다. 그는 “18번 홀에 같은 조의 니코가 쉬운 버디 기회를 남기고 있었기에 나는 칩인 이글밖에 방법이 없었다”며 연장전 3전 전승에 대해서는 “이제는 그런 상황을 즐기는 것 같다. 이상하게 집중이 더 잘된다”고 했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김주형은 1타를 줄이는 데 그쳐 4언더파 공동 65위로 마쳤다. 세계 랭킹은 23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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