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권의 거물 인사가 자국 외무성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면서 한국을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나라”라고 표현했다.
13일 NHK에 따르면 하기우다 고이치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지난 10일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일본 외무성의 외교 정책에 쓴소리를 던졌다. 13일 한국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양자 회담을 갖는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을 향해 “일본 외교의 기축은 일미(日美) 관계”라며 “미국의 외교 정책이 불명확한 시기에 서둘러 중국이나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한국에 굳이 갈 시간이 있다면 동남아시아에 가는 게 더 낫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으로 한국 정치 및 사회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무정부 상태’라고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중국인 관광객 대상 비자 발급 요건 완화 방침에도 불만을 표했다. 이와야 외무상은 지난달 방중 때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대상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기우다 전 정조회장은 “비자 확대는 큰 문제”라며 “당의 외교부회 등에 전혀 상정하지 않고 약속한 것은 문제”라며 “정부의 (이런) 방식은 좀 거칠다”고 날을 세웠다.
지난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승리로 끝난 당 총재선거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시 옛 아베파 중심의 보수계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고바야시 다카유키 등 복수의 후보가 출마해 표가 분산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래서는 총리를 목표로 할 수 없다”며 “내가 접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기우다 전 정조회장은 옛 아베파의 핵심 멤버로 당 3역(간사장·정조회장·총무회장)과 문부과학상·경제산업상 등을 지냈다. 지난해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돼 당무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고, 같은 해 10월 열린 총선에서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2017년 지구당대회에서 “전후(戰後·2차대전 패전 이후) 72년이 됐는데도, 72년 전의 역사를 끄집어내 비판한다”고 한국과 중국을 저격했고,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 담화’에 대해서도 “역할이 끝났다”고 말해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