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집중 육성 중인 가운데 삼성과 롯데가 최근 계열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를 교체하는 ‘변화’의 리더십을 선택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와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13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열리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공식 데뷔전을 치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11월 말 김 대표가 취임한 이후 신약 개발 중심으로 조직 개편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력 제품인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개발로 영역을 넓히기 위한 행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창립 이후 고한승 전 대표가 13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 왔다. 고 전 대표가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옮기면서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문가인 김 대표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김 대표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합류해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공정, 품질, 인허가 등 사업 전반을 두루 경험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총 9종의 바이오시밀러가 허가를 받는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고 전 대표가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기반을 닦았다면 김 대표는 신약 개발 등 회사의 혁신을 주도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여러 모달리티를 바탕으로 신약 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피즈치바’의 미국 출시, 프롤리아·엑스지바 등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승인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테바와 상업화 파트너십을 체결해 희귀질환 치료제 ‘에피스클리’를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출시한다. 삼성 그룹 최초의 여성 전문경영인(CEO)인 김 대표의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이후 회사를 이끌어온 이원직 대표를 지난해 말 제임스 박 대표로 교체했다. 제임스 박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 머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영업센터장(부사장)을 거쳐 최근까지 CGT 전문 기업 지씨셀 대표를 역임했다. 업계에서 ‘사업 개발 전문가’로 평가 받는 인물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생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지만 2023년 매출 2286억 원, 영업이익 266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BMS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인 시러큐스 공장에서 나온 매출이다. 2년 만에 수장 교체라는 결단을 내린 배경은 자체 수주 성과를 내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제임스 박 대표의 진두지휘 아래 보다 기존보다 적극적인 수주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임스 박 대표는 지난달 열린 취임식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의약품 시설 조성’, ‘신뢰 기반의 파트너십 구축’, ‘혁신적인 기술 도입을 통한 고속 성장’을 핵심 목표로 꼽았다. 글로벌 사업 수주와 확장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송도 메가플랜트 1공장 완공을 목표로 하는 만큼 1공장 수주 계약이 최우선 과제다.
김 대표와 제임스박 대표 모두 이번주 열리는 JPMHC에서 글로벌 첫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김 대표는 기존 글로벌 파트너사인 바이오젠, 산도즈 등을 만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비즈니스 미팅에 나설 예정이다. 제임스 박 대표는 세션 발표자로 나서 송도 바이오 캠퍼스 건설 현황과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시설 등을 홍보하고 사업 진행 방향 등을 소개할 예정이다. 수주 계획 및 목표치를 밝힐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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