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우호적인 금리 환경과 친기업적인 태도가 유지될 것입니다. 인수합병(M&A)이 늘어나고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제러미 멜먼 JP모건 글로벌 헬스케어 투자 공동 책임자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호텔에서 열린 ‘제43회 JP모건헬스케어콘퍼런스(JPMHC)’ 개막식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따라 시장 전반과 산업 내에 변동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럼에도 미국 정부가 행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트라이펙타’ 해에는 주식시장도 좋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 JPMHC 개막을 앞두고 존슨앤드존슨(J&J)은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 기업 인트라셀룰러를 주당 39%의 프리미엄을 얹은 146억 달러(약 20조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며 초대형 M&A의 신호탄을 쐈다. J&J가 최근 2년 체결한 M&A 중 가장 큰 규모다. 인트라셀룰러는 정신분열증 치료제 ‘카플리타’를 보유한 회사다. J&J는 카플리타가 연간 최대 매출액 50억 달러 이상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밖에도 일라이 릴리가 항암제 개발 기업 스콜피온을 25억 달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희귀암 치료제 개발 기업 IDRx를 11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해는 JPMHC 개막 직전 총 4건의 대형 M&A가 발표됐다. 당시와 초반 분위기는 비슷하지만 최대 규모가 5조 원에서 20조 원으로 늘어나는 등 몇 배 이상 커졌다. 연초부터 글로벌·제약 바이오 업계에서 M&A 및 기술이전 훈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행사장인 웨스틴 세인트 프랜시스 호텔 인근에는 8000명이 넘는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와 투자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서 요청된 1대 1 비즈니스 미팅은 3만 건에 달했고 1만 2000건이 성사됐다. 공식 발표 무대에 서는 기업 531개의 전체 시가총액은 9조 6000억 달러에 이른다. 현장에는 롯데그룹 오너 2세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김열홍 유한양행 연구개발(R&D) 총괄사장, 윤성태 휴온스그룹 회장 등이 모습을 비췄다. 이영미 유한양행 연구개발 본부장은 “최신 트렌드를 팔로업하고 빅파마와 논의 중인 거래를 진전시키기 위해 왔다”고 전했다.
메인트랙 발표에서는 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 로슈그룹, J&J, 화이자, 리제네론, 암젠, 모더나, 미국 머크(MSD), 보스턴 사이언티픽 등이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크리스 뵈너 BMS 최고경영자(CEO)는 “흥미로운 신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고 (기업) 성장 부분에서도 성과를 거둬 올해 두 자릿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테리사 그레이엄 로슈 파마슈티컬 CEO도 “유방암·비만·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분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신약 개발과 관련된 발표도 줄을 이었다. 엔비디아는 아이큐비아·일루미나 등 헬스케어 기업과 데이터, 기술 활용과 관련해 협업한다고 밝혔다. 킴벌리 파월 엔비디아 헬스케어 담당 부사장은 “AI는 의료진이 새로운 치료법을 더 빨리 발견하고 질병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을 돕는 도구를 통해 헬스케어 발전을 위한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웨이스타가 보험사의 의료비 청구 거부에 항소하는 AI 모델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첫날 기조연설을 맡았고 마크 밀리 전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각각 연사로 나설 예정이다. 고틀립 전 FDA 국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보건의료 정책과 새 내각 구성에 대한 견해를 공유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미국 보험회사는 세션 발표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그나와 센텐은 당초 발표 기업이었으나 제외됐다. 지난해 말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CEO 브라이언 톰슨이 미국 뉴욕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 주변에는 폭발물 탐지견 외에도 전술 경찰 부대 등이 배치되는 등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으며 일부 시민은 피켓을 들고 보험사 규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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