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만 쓰이던 위성통신 서비스가 새해 들어 한층 고도화하고 한국·중국으로도 확대되면서 본격적인 위성통신 시대가 다가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에서는 로스앤젤레스(LA) 대형산불 대응을 계기로 기존 ‘스타링크’를 뛰어넘는 차세대 서비스가 등장했고, 후발주자인 국내에서도 스타링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상용화가 임박했다. 위성통신은 2030년대 6세대 이동통신(6G) 구현을 위한 비지상망(NTN) 기술로도 주목받으면서 중국 등도 기술 개발과 서비스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1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동통신사 티모바일은 9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LA 산불 지역에 문자 메시지 전송과 911 통화 등 긴급 통신 지원을 위한 ‘다이렉트투셀(D2C)’ 서비스를 도입했다. D2C는 스타링크를 잇는 스페이스X의 차세대 위성통신 서비스로, 시범적으로나마 상용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공위성이 보내는 신호를 중개할 게이트웨이(지상 안테나)가 필요한 스타링크와 달리 위성 신호를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로 곧장 전송한다.
이 같은 ‘기기 직접 연결(D2D)’은 스마트폰을 수백㎞ 떨어진 곳에서 시속 수만㎞의 속도로 공전하는 위성과 정교하게 연결해야 해 고난도 기술로 꼽히지만 위성통신의 편의성을 높여 글로벌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이 선점을 노리고 있다. 스페이스X와 제휴한 티모바일은 올해 LA 산불 지역 외 가입자에게도 D2C를 제공할 계획으로 지난 달 베타테스터(시범 서비스 이용자) 모집을 시작했다. 이리듐과 AST스페이스모바일 등 경쟁사들도 전용 위성 개발 등 자체 D2D 출시를 추진 중이다.
‘위성 간 통신(ISL)’ 역시 위성통신 상용화의 핵심기술로 꼽히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수천 대의 위성들이 지상국 없이도 광통신을 통해 서로 직접 연결됨으로써 위성통신 운영을 효율화하는 기술이다. 스페이스X와 아마존은 물론 국내에서도 한화시스템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KT샛 등이 기술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우주항공청도 최근 ‘차세대 군집위성 간 ISL 검증 플랫폼 구축사업 기획’ 과제에 착수, 이르면 내년부터 정부 사업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스타링크 대항마 ‘궈왕’ 프로젝트도 최근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 달 궈왕 전용 위성 10기를 처음 발사했고 오는 2035년까지 1만 3000기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초 중국 난징항공항천대 연구진이 미국 스타링크 위성을 표적삼아 추적하는 기술을 공개하는 등 위성통신이 양국의 전략자산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올 2분기 스타링크 위성통신 서비스 출시가 예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위성통신 관련 규제의 행정예고를 15일 마치고 3월 마지막 행정절차로 국경 간 공급을 승인할 방침이다. 저비용항공사(LCC)를 대상으로 기업간거래(B2B) 서비스가 우선 준비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링크코리아가 국내 LCC들에게 한번씩 (제휴를)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며 “스타링크가 출시되면 LCC들도 연내 기내 와이파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부는 또 2030년 발사를 목표로 올해부터 3200억 원 규모로 자체 위성 개발에 착수한다.
위성통신은 단순 서비스를 넘어 6G 구현을 위해 자체 확보가 필요한 NTN 기술로도 평가된다. 심병효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6G는 전송거리가 짧아 지상기지국만으로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위성통신은 지상을 넘어 3차원상에서 효율적인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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