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진행될 예정인 민주당의 에너지 정책 관련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표가 직접 나설 경우 원전 정책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조속히 정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이마저도 어렵게 된 것이다. 야당 내부에서는 대형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기존 4기에서 3기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수정안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국가 에너지 전략의 근간인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확정도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표는 16일 민주당 경제상황점검단과 미래경제성장전략위원회가 개최하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한 에너지 믹스 대책 간담회’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탄핵 국면이 전개되는 상황 속에서 민감한 에너지 문제에 이 대표가 직접 관여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다른 일정이 생겨 해당 간담회에 오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당의 입장이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는데 이 대표가 먼저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전 축소 제안에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이날 산업부는 민주당 소속 국회 산자위 위원 간담회에 참석해 원전 건설 축소를 핵심으로 하는 11차 전기본 수정 실무안을 설명했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엇갈리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경우 산업부가 먼저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축소를 제안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원전 정책이 갖는 상징성도 중시하고 있다. 산자위 소속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정부가 먼저 성의를 보였기 때문에 수정안을 중심으로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한다는 분위기는 충분히 형성됐다”며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에너지 문제는 산업 측면에서 봐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모두 이념적으로만 접근했다”며 “(야당 내부에도) 과학적인 사실과 경제적인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은 “(간담회에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의원도 있었다”며 “석탄발전 비중이 의미 있게 줄어들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다른 민주당 의원도 “아직 당 차원의 의견을 종합하는 과정”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어떤 결론도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11차 전기본 수정안은 대형 원전 1기 건설을 축소하고 2038년까지 태양광 2.4GW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뼈대다. 이 과정에서 원전 비중은 35.6%에서 35.1%로 줄어들고 재생에너지는 29.1%에서 29.2%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국가 전력 수급 정책의 기본 틀이 되는 전기본을 빨리 확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1차 전기본은 역대 계획 가운데 처리가 가장 늦다. 산업부는 지난해 5월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발표한 후 8개월째 최종안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민주당 산자위 위원들에게 전기본을 설명했지만 공식적인 국회 보고 날짜는 잡지 못했다. 전기본은 국회 보고가 이뤄져야 다음 확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혁명에 발생하는 전력 수요가 어마어마하다. 이 때문에 전 세계가 발전소에 대한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이라도 만들어져야 하는데 보고 절차가 늦어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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